[쿠키 건강] #김순자(83) 할머니는 무릎연골이 거의 닳아 없어져 보행까지 어려운 데도 인공관절 이식수술을 자의반타의반으로 기피하고 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고령인데다가 비싼 수술비를 내기도 아깝고 자칫 수술이 잘못돼 후유증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다.
할머니 아들과 손자는 이 문제로 날을 세우다가 급기야 부자지간에 금까지 갔다. 어쩔 수 없이 할머니는 오늘도 의사의 안타까운 시선을 뒤로하고 물리치료와 관절주사로 그때그때 통증을 줄이는 정도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김 할머니의 소원은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빨리 죽는 거란다.
고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김 할머니처럼 뼈아픈 노인들이 많아졌지만 돈 걱정에 혹은 나이 걱정에 수술을 포기하곤 한다. 특히 나이 탓으로 돌리는 노인들은 괜히 고쳐보겠다고 큰 돈 썼다가 수술효과가 기대 이하이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노인들의 그런 걱정도 내심 이해는 된다. 실제 과거에는 환자의 나이가 많으면 인공관절이나 척추유합술 같은 대수술을 피하는 경향이 강했다. 수술 절개부위를 크게 하고 척추의 뼈를 깎는데 3~4시간이나 걸렸던 과거의 수술수준이 고령 환자에게 당연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고령 환자의 경우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것도 수술이 어려운 이유였다. 사실 관절 척추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 환자는 고혈압, 당뇨 등 합병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정작 수술은 잘해놓고 사후관리를 잘 못해 합병증이 초래되는 일도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법의 발달로 고령자 수술이 훨씬 수월해졌다. 관절내시경과 미세현미경을 통해 절개 부위를 줄였으며 수술시간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하고 급기야 수술 후 바로 걷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아울러 내과와의 긴밀한 협업체제도 고령 환자의 수술후유증에 대한 우려를 덜어줬다. 이동걸 부천하이병원 병원장은 “환자의 혈압, 호르몬, 부신상태를 점검하는 내과적 진단기법이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의 치료영역과 팀워크를 이루면서 수술방법과 일정 및 전신만취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등 보다 정밀한 치료계획을 수립해 수술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과적 진단법은 원인 추적을 용이하게 한다. 실제로 골밀도 검사 시 내과의 협조를 통하면 단순 수치측정 외에도 골대사 장애의 원인이나 관련 질환의 추적이 훨씬 수월하다. 또한 류마티스 관절염환자의 경우 감염인자가 관절이나 활막 외에도 폐, 심장, 신장 등의 장기로 침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항류마티스약제와 TNF차단제 같은 약물처방을 통해 비침습적 치료와 합병증 관리가 가능하다. 이처럼 내과의 역할은 수진타산이 맞지 않으면서도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척추관절병원의 공통된 이유기도 하다.
이동걸 병원장은 “과거와 달리 노인들의 기초체력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고령의 나이를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또한 ‘내과와의 협업’과 ‘환자감시모니터링’이 잘 돼 있고 고령자 수술경험이 풍부한 의사들이 근무하는 병원이라면 아무리 자식들이 만류하더라도 소신을 가지고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