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종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교수
[쿠키 건강]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이들을 돕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신청하고도 사회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기증자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생면부지의 사람을 돕는 것인데도 직장에서 혹은 보험사에서 불이익을 주고 있죠. 장기기증자들이 더 많아지려면 기증 신청자들이 받는 불이익을 줄여 나가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한덕종 교수(사진·대한이식학회 차기회장)는 장기이식 문화가 정착되고 기증자 수가 증가하려면 순수 장기기증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기기증자 차별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를 보면 직장과 보험사에서 차별을 당하는 기증자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타인과 나누는 장기기증운동이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여전한 것이다.
한 교수는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거부감도 사라져 가고 있지만 아직도 직장에서, 보험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기증자가 많다”며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인 만큼 이들이 장기를 기증했다는 이유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기기증 신청자, 최소한의 예우는 필요
우리나라는 생체기증의 경우 기증 후 1년간 의료비 일부를 지원하거나 사후기증에 따른 장례비 지원 외에는 장기기증자에 대한 특별한 혜택이나 대우는 없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장기기증은 목적이나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기 위함이기 때문에 기증에 따른 보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기증에 따른 이익은 없지만 사회적으로 받게 되는 불이익은 많다. 보험사로부터 강제 해약 또는 보험 가입을 거부 당하기도 하며, 장기기증을 하면 이식자로부터 돈을 받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곤 한다. 장기기증 신청자는 늘었지만 장기기증과 이식에 대한 잘못된 시선은 아직도 곳곳에 있다.
한덕종 교수는 “장기 기증은 목적을 갖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보상이나 대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기증자의 검진 비용 같은 부분은 나라에서 보장해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증신청자들에게 플러스 요인을 주는 것도 좋지만 기증신청자가 받는 마이너스 요인, 불이익을 없애는 것이 선결해야 할 과제”라며 “기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뇌사기증과 생체기증자, 동일하게 많아져야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을 기준으로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2427명, 뇌사기증은 2202명, 사후기증은 1414명이었다. 뇌사기증과 사후기증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인구 100만 명 당 장기기증 신청자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실정이다.
생체 장기이식의 대부분은 가족 간에 이뤄진다. 질병으로 인해 부모나 자식 간에 신장 또는 간 일부를 이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한 교수는 “사후기증과 뇌사기증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생겼지만 생체이식과 뇌사기증 중 어느 한쪽의 기증자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동일하게 올라가야 한다. 심장 등은 뇌사자에게서만 기증 받을 수 있는 장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심장과 인공신장, 인공혈관 등 의학 기술은 계속 발전하지만 사람의 것과 완전히 같게 만들 수는 없다. 의술 발달로 이뤄낸 인공 장기도 뛰어나지만 생체 장기만큼 뛰어날 수는 없기 때문에 뇌사, 생체 할 것 없이 기증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체는 땅 속에 묻히면 썩는다. 다른 생명을 살리고 갈 수 있는데 허무하게 죽어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한 교수는 “한 사람의 장기기증으로 죽어가는 생명 네다섯을 살릴 수 있다. 내가 각막을 기증하면 앞을 보지 못하던 사람이 앞을 보게 된다. 그 날 이후 이식자의 삶의 달라지는 것”이라며 “나 하나의 결심이 여러 사람에게 희망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