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법인에 걸림돌·응시생 신뢰 하락 문제 해결해야
[쿠키 건강] 지난 23일 제77회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 발표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응시생들은 국시 합격의 기쁨에 들떴다. 그러나 불과 이틀 사이 2013년 의사국시 합격자 3037명 중 5명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의 채점 오류로 인해 불합격 통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필기시험 채점 전산프로그램 오류로 재채점 한 결과 5명이 합격에서 불합격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번 사태로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특수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던 국시원은 채점 오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국가시험을 총괄하는 공인 시험기관인 ‘국시원’이 과연 보건의료인이 되는 자격을 부여하고, 이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산 프로그램 오류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오류 사실도 이틀이 지나서야 발견해 결국 합격자가 불합격 처리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응시생들의 요구에도 채점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수험생들은 물론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신뢰가 밑바닥까지 떨어진 국시원에 대해 응시생들은 과연 국가시험을 관리할 자격과 권한이 있는지 되묻고 있다.
의사국시 과정의 문제로 국시원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일은 벌써 두 번째다. 지난 2011년 필기시험 문제 복원 논란이 첫 번째다. 당시 국시원은 조직적으로 국가고시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10여명의 의과대학 학생을 고발한 바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국시 출제 문항의 세부 기준을 응시생들이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실기시험은 시험 영상이 공개되지도 않으며 각 항목별로 통과, 불통과 여부만을 알 수 있다. 또한 세부항목 채점표를 비공개 자료로 분류하고 있어, 응시생이 어떤 항목에서 기준에 미충족했는지 세부적인 내용 파악도 힘들다.
시험은 응시 대상자의 실력이나 재능을 평가하는 일이다. 응시자들은 어느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분야에서 잘못했는지 알아야 다음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국시원은 불합격한 응시생들의 정보공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필기시험은 논란이 된 다음해부터 문제를 공개하고 있지만, 실기시험은 응시생들의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
국시원은 이번 채점오류 사고를 계기로 시험관리 전반을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는 사후약방문을 발표했다. 정명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은 홈페이지 사과문을 통해 “무엇보다 중시돼야 할 시험 평가업무에 대한 국시원의 신뢰가 훼손된 점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감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국시원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응시생들의 점수 공개 요구에 답해야 한다. 응시생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것은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미래 예비 의사들에게 신뢰를 잃는 것이고, 이는 곧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국시 관리의 투명화와 효율성 제고, 국가시험 선진화를 위해 응시생들의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