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대기업의 금융계열사 퇴직연금 몰아주기 실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에 몰아준 퇴직연금 실적만 무려 5조원을 육박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부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자기 계열사’와 ‘기타 가입자’로 구분해 30일 처음으로 공시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의 금융계열사 퇴직연금 몰아주기가 문제 됐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계열사 실적을 포함한 퇴직연금 적립규모가 9조5923억원으로 전체 금융권 1위지만, 삼성그룹에서 몰아준 퇴직연금 적립금을 빼면 4조8169억원으로 은행권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이러한 현상은 보험업계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롯데손해보험은 퇴직연금 적립금 7163억원 가운데 계열사 물량이 94%에 달해 전체 금융사 중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삼성생명 50%, 삼성화재 역시 44% 넘게 그룹 계열사에서 퇴직연금 실적을 몰아준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및 시행령 개정 등 여러 가지 변수로 퇴직연금 사업자 경쟁력이 맞춤형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보험업계도 계열사 물건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이 같은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과 제공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자기 계열사를 제외한 퇴직연금 적립금은 신한은행이 6조962억원으로 금융기관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국민은행의 계열사 제외 적립금은 6조863억원이었고, 우리은행이 5조222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상위 10개사 가운데 은행이 8개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모기업 개념이 거의 없어 순수하게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지만 보험사의 경우 대부분 모기업 중심으로 영업을 해 자연스럽게 일감 몰아주기가 성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감 몰아주기는 건전한 경쟁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로 소비자의 선택권 확보를 위해 공시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국 기자 jkkim@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