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후원으로 지어진 장소에서 리베이트 근절 선언
[쿠키 건강] 대한의사협회가 제약사 후원으로 지어진 ‘동아홀’에서 리베이트 근절 선언을 해 선언의 의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의협회관 3층에 위치한 동아홀은 동아제약 등의 상위 제약사들이 인테리어 공사에 기부금을 제공해 지어졌다. 서울시의사회관과 대한약사회관에 있는 동아홀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료계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내부 자정 활동을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이번 기자회견의 발단도 동아제약 리베이트의 검찰 조사 때문이었다. 그런데 처방을 대가로 한 뒷돈을 받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첫 선언을 한 장소가 하필 동아제약이 후원한 동아홀인 것이다.
의협은 리베이트 근절 선언을 외친 장소가 제약사의 후원으로 지어진 곳이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것일까? 처방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않겠다는 의료계의 선언 장소가 특정 제약사의 이름을 딴 공간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일부 의사들은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사건이 터진 이후 불매운동을 벌여 의사의 처방권을 빌미로 제약사를 압박하고 있다.
의협의 주장대로 저수가로 인해 리베이트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의사도 있고, 정상적인 연구 활동임에도 억울하게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던 의사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리베이트가 합당한 이유가 되게 하지는 못한다. 의료계는 쌍벌제가 가중처벌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약사에서 리베이트를 준다 해도 의료인이 받지 않으면 된다.
쌍벌제 시행 이후에도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속속 적발되고 있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관행과 저수가가 갖는 구조적 문제라는 주장을 국민들이 온전한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정부도 실적올리기 식의 적발에만 급급해 의사의 정상적인 임상 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의료계도 리베이트의 원인을 저수가와 복제약의 높은 약값으로 돌려 세울 것이 아니라 쌍벌제의 독소조항이 계속 생겨나는 이유에 대해 내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