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오빠 마트 데려온 여동생에 “침 흘리잖아요”

장애인 오빠 마트 데려온 여동생에 “침 흘리잖아요”

기사승인 2013-02-09 13:02:01
"[쿠키 사회] 자신을 장애인 가족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이 인터넷에 올린 사연이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무조건적으로 거부감부터 갖는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어서 많은 누리꾼들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자신이 18세 학생이며 오빠가 장애인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8일 “너무 화나고 억울해서 글을 쓴다”며 자신이 마트에서 겪은 일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담았다. 내용 중 ‘시식 코너’가 있다는 것으로 미뤄 대형마트임을 조심스레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누리꾼은 “저와 오빠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할머니와 살고 있다”며 “어제 오빠가 특수학교 졸업식을 치른 후 집에서 할머니와 고길 구워 먹으려고 마트에 갔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글에 따르면 이 누리꾼의 오빠는 뇌성마비 1급으로 몸을 잘 가누지 못하며 경련이 심해서 몸을 막 비틀기도 하고 침을 흘릴 때도 있지만 남한테 피해를 주진 않는다. 더구나 마트를 찾았을 때는 혼자도 아닌 가족이 같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 누리꾼은 “야채 코너에서 제가 감자 서너개를 비닐봉지에 담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직원 아주머니가 오빠를 보더니 ‘몸도 성치 못한 사람을 왜 데려왔누…’라고 말했다”며 “전 기분이 나빴지만 ‘오빠가 오늘 졸업하고 해서…장 좀 보려고요’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직원은 ‘그래도 그렇지, 아가씨야, 아가씨 사정은 알겠는데 다음부턴…’이라며 장애인을 데려와선 안 된다는 식의 말을 던졌고, 이에 화가 난 이 누리꾼은 말을 끊고 ‘장애인은 마트에도 오면 안 돼요? 왜요? 우리가 피해준 적 있어요? 아주머니나 딴 사람들한테 피해 줬냐구요?’라고 따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기분이 상해 들고 있던 봉지를 놔두고 오빠와 함께 고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는 누리꾼은 “시식코너가 있길래 오빠에게 먹여주면서 맛있냐고 물었다. 오빤 웃으면서 (경련으로 인해) 고갤 흔들었다”며 “보던 남자직원 분께서 저흴 보더니 ‘손님 오빠 분이세요?’라고 말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 누리꾼이 오빠 맞다고 대답하자 이 직원으로부터 돌아온 말은 “오빠 분이 장애가 있으신 것 같은데 다른 손님들한테 피해가 갈까 싶어서…” 였다.

이에 남한테 피해 준 적도 없고, 피해를 주고 싶어도 몸을 못 움직여서 피해 주지도 못한다고 항의하자 직원은 장애인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침…흘리시는데…”라고 대답했다.

결국 이 누리꾼은 ‘침 흘려도 자기 옷에 흘리지 아저씨 옷에 안 흘리잖냐. 그리고 제가 바로바로 닦아주지 않느냐’고 따진 후 사려던 고기도 사지 못하고 그냥 마트에서 나와 버렸다.

그는 “세상이 왜 이렇게 팍팍한지, 마트 말고도 그런 말 하는 사람 많다. 장애인을 왜 데려왔냐고”라며 “사람들이 오빠가 막 침흘리고 몸 비틀고 그러면 눈살 찌푸리기도 하는데 어떤 분들은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오빠가 휠체어에서 넘어졌을때 일으켜 세워주시기도 한다”고 전했다.

꼭 이 사연이 아니더라도 생활 속에서 장애인이 ‘여전히 서러운’ 것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자료도 많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전국장애인조례제개정추진연대에 따르면 전국 244개 지자체에서 제정, 시행하고 있는 조례 9만6224건 중 1.8%에 해당하는 1727건에서 장애인 차별조항이 발견됐으며, 가장 빈번한 유형이 바로 ‘정신장애인의 공공장소 입장 제한’이었다.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많은 공공도서관, 공원 등에서 다른 사람이 혐오할만한 결함이 있다는 이유로 위해행위가 없어도 입장을 거부하거나 퇴장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글을 본 다른 누리꾼들은 분노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나타냈다.

자신을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내가 마트에서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처음에 ‘이 나라엔 왜 이렇게 장애인들이 많지?’라고 생각했다. 근데 자세히 보니 많아서 마트에서 자주 마주치는 게 아니라 장애를 가진 분들도 불편함 없이 다닐수 있도록 배려가 잘 돼 있었던 것”이라고 비교 사례를 전해 눈길을 모았다.

다른 누리꾼들도 “서비스 정신은 비장애인에게만 있냐” “마트 서비스 관리팀 같은 곳에 전화해서 항의해야 한다” “저 마트 직원들이 바로 ‘생각 장애인’”이라는 등 공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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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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