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도비만(체질량지수≥30㎏/㎡)은 1998년 2.4%에서 2010년 4.2%로 12년간 1.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여성은 1998년 3.0%에서 2010년 4.6%로 53% 늘어난 데 비해, 남성은 1998년 1.7%에서 2010년 3.7%로 118%가 늘어 여성에 비해 고도비만 증가세가 2배를 넘었다.
이처럼 남성의 비만율은 여성에 비해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남성들은 고도비만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해 앞으로 2차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국내의 한 외과병원에서 위밴드수술 받은 고도비만환자들을 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위밴드수술 환자, 남성 13% 그쳐= 위밴드수술 전문병원인 ‘찬베리아트외과’에서 수술한 환자 137명을 1년간 추적관찰 한 결과, 위밴드 수술을 받은 환자 중 87%(119명)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은 13%(18명)에 그쳤다.
이홍찬 찬베리아트외과 원장은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비만으로 인한 차별이 작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운동으로 체중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밴드수술과 같은 적극적인 방법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체질량지수 35 이상의 초고도비만환자인 경우 의학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여성에 비해 남성은 직장생활 중 술과 회식 등으로 나이가 들수록 비만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요소가 많다. 신체적으로는 여성에 비해 내장비만이 증가할 위험성이 높고, 장기간 운전을 하거나 음식을 급하게 먹는 경우도 많아 여성 보다 체중 조절에 대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비만 자체도 문제지만, 2차적 합병증인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등에 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비만은 병’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고도비만, 수술적 방법이 효과적… 위밴드수술 환자 71%, 1년 후 30㎏ 감량 확인= 이번 137명의 추적조사에 따르면 1년 평균 약 24㎏의 체중 감량이 있었고, 71%(97명)는 30㎏ 이상의 체중 감량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환자 중 214.2㎏(BMI 61.9)이 가장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로 83.2㎏의 감량을 보였으며 이외에도 20㎏ 이상 체중이 감량된 환자도 무려 94%(129명)에 달해 비만이 심할수록 위밴드 수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체질량지수(BMI)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났는데, 수술 전 평균 38이었던 BMI 지수가 1년 뒤에는 정상으로 볼 수 있는 평균 25로 떨어졌다. 또한 초과체중감량률(EWL)에서도 53% 정도로 큰 체중감량을 보였다. 하지만 감량이 5㎏ 미만을 보인 경우도 있었고, 환자 중 2명은 오히려 체중이 더 늘었다.
이 원장은 “처음 한 달간은 9~13㎏의 체중감량이 이뤄져 시술 후 1년 만에 10명 중 7명이 30㎏ 이상의 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체중이 늘어난 환자에 대해서는 “위밴드수술 후에도 체계적인 식단과 운동이 필요하다”며 “특히 술, 당도가 높은 주스, 탄산음료는 조여진 위밴드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BMI 30 이상의 고도비만환자는 호르몬의 예민도가 떨어져 있는 상태기 때문에 웨이트 리사이클링(Weight Recycling)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NIH(미국국립보건원)를 비롯해 국내·외 의료진은 고도비만의 치료적 방법으로는 ‘수술적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한 해 30만명이나 수술치료가 시행되면서 보편화 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2003년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의 승인 후 첫 시술이 이뤄져 아직 그 효과에 대해 널리 알려지지 않다. 하지만 이번 위밴드수술의 대규모 임상조사 발표로 비만치료의 수술적 방법에 대한 효과와 관심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용어설명: 위밴드수술]= 위와 식도가 이어지는 위의 상부를 의료용 실리콘 밴드로 묶어 소량의 음식만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여 체중을 감량시키는 수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