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규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팀장
[쿠키 경제] 최근 우리나라는 연이은 이상기후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여름에는 이례적으로 5개의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갔고 이번 겨울은 서울이 영하 15도 이하까지 내려가는 최악의 한파까지 경험했다.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진, 가뭄, 산불, 홍수, 태풍 등 다양한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약 116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국토의 약 63%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제는 날씨나 기후에 더 민감하다. 우리나라 GDP(국내 총생산)의 약 52%가량이 기후나 날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미국 42%, 일본 51% 보다 높은 것이다. 이 같은 수치는 다른 의미에서 기후변화에 우리나라가 좀더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경제성장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기후변화 대응책을 위해 다양한 루트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후 환경에 따른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날씨보험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날씨 리스크에 대한 인식 부재와 정부의 규제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날씨보험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내 유일 날씨보험 전문가인 박홍규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팀장과 현재 날씨보험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허심탄회 하게 얘기를 나눴다.
-기상, 기후는 보험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날씨는 보험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 하나다. 날씨로 인해 질병이 증가하고 질병의 종류도 변화한다. 자연스럽게 보험상품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교통사고가 더욱 빈번해질 수 있고, 질병이 자주 발생하게 되며, 새로운 질병들까지 생겨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보험뿐만 아니라 일반보험에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기후에 관한 연구를 보다 심도 있게 해야 하는 이유다.”
-날씨보험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흔히 일반적으로 날씨보험이라고 하면 날씨의 변동성에 따른 비용의 증가나 매출액의 감소를 보상해주는 전통형 날씨보험과 신종날씨보험을 말한다. 이외에 태풍, 홍수 등 기상재해로 인한 물리적 손상이나 기업휴지 손해를 보상해주는 재해보험과 정책성 보험은 재해형 날씨보험으로 구분된다. 전통형 날씨보험은 특정날짜 또는 특정기간에 발생하는 이벤트성 현상을 보상해 주는 컨틴젠시(Contingency)형 상품으로 1999년 처음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신종날씨보험은 강우일수, 평균온도, 태풍발생 횟수 등을 지수화해 상품을 설계하는 지수형 날씨상품으로 비교적 최근인 2006년에야 국내에 도입이 됐다.”
-날씨보험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1911~2010년) 평균기온이 1.8도 상승해 세계 평균 0.75도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고 해수면은 43년간(1961~2003년) 전국적으로 약 8㎝ 상승했다. 특히 제주도는 22㎝나 상승했다. 또한 국립기상연구소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기후 전망을 보면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기온은 3.2도, 강수량은 16%가 증가하는 등 아열대기후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름은 더욱 길어지고 겨울은 더 짧아지게 되며 집중호우, 가뭄 등 위험 기상의 강도가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집중호우와 5개의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에 상륙해 1조31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또 올 겨울은 어느 때보다 잦은 한파와 폭설로 많은 사회적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기상재해의 발생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전에 시설물을 안전하게 보강하거나 보험상품에 가입함으로써 기상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날씨보험의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 날씨보험 도입 현황은?
“지수형 날씨보험의 경우 기업의 매출 또는 비용의 변동성을 완화시켜주고 개별 계약자의 특성에 맞는 상품개발이 가능해 도입 당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손해보험의 기본 원리인 실손보상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는 점 때문에 도입취지와는 달리 현재 판매실적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날씨보험이 정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낮은 인지도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기상 및 보험 분야를 제외하고는 약 15% 의 사람들만이 날씨보험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기후변화 예상 시나리오가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변화가 심한 데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날씨에 의한 손해는 천재지변으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얼마든지 사전에 대비하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보험을 들면서까지 준비하려고 하는 인식이 부족하다. 또한 관련 규제에서도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 2009년 2월 자본시장법의 시행으로 증권회사, 은행에서 날씨 등 자연현상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의 판매가 가능하게 됐지만 아직까지 상품출시는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보험적 특성이 강한 날씨파생상품에 대해 증권회사, 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식이 부족하고, 또 이에 대한 장내시장이 없어 해외시장을 통해서만 보유위험의 헷지(대비)가 가능하다는 점 등 위험관리상의 불편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날씨보험이 보다 활성화 되려면 어떤 방법이 있나?
“보험사의 경우 실손보상의 원칙과 이득금지의 원칙 등의 문제로 지수형 보험의 판매를 통한 날씨위험 시장의 확대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보험회사의 겸영업무에 파생상품 판매가 포함되지 않아 날씨파생상품을 취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날씨파생상품이 활성화 돼 있는 일본의 경우 날씨파생상품이 기업 수익의 변동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거래되고 있고, 이같은 거래는 보험회사를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날씨의 변동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 위험관리수단을 제공하고, 상품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보험사의 날씨파생상품 취급이 허용될 필요가 있다. 보험사의 경우 전통적으로 날씨 등 자연재해 위험의 관리에 대한 오랜 경험을 갖고 있고 재보험 등 기존의 위험관리구조를 활용, 파생상품 판매에 따른 보유위험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감독 및 규제의 측면에서도 위험담보 목적의 헷지형 상품에 대해 보험사의 취급을 허용함으로써 규제차익으로 인한 보험회사의 상대적 불이익 발생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국 기자 jkkim@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