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주인공은 최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서 성폭력 피해자 인권보호 우수 사례자로 ‘디딤돌상’을 받은 서울서부지법 김종호 부장판사.
여기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 303호 법정에서 비공개로 열린 성폭행 재판 진행과정에서 증인석에 선 피해자 A씨가 흐느끼자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겠다”라는 등 배려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또 피고 측 변호인이 A씨의 주량이나 남자문제 등 사건과 무관한 질문을 던지자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자꾸 묻지 마라” “도대체 뭘 확인하려 하는 것인가”라는 등 차단하기도 했다. 가끔 가해자 측 변호인들이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나 신빙성이 판결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이용, 일부러 피해자에게 껄끄럽고 자극적인 질문을 던져 심리 상태를 흔들어 놓으려는 방법을 쓰는 것을 단호하게 제지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김 부장판사는 A씨가 울면서 “사건 이후 내 자신이 존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자 “성관계를 맺었다고 사람이 존엄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본인 자신을 파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픔을 잘 이겨내길 기원한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성범죄 재판에서 김 부장판사의 세심함은 최근 열렸던 고 씨 사건에 대한 첫 공판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4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 고 씨에 대한 첫 공판 심리를 맡은 김 부장판사는 약 40분 간 치러진 공판을 마치면서 검사와 고 씨의 사선 변호인들을 향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혹시나 원고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현재 김 부장판사는 최근 인사이동으로 서울중앙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신민우 인턴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