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이탈리아 레스토랑 경력 6년차의 파스타 담당 셰프 김모(40·남)씨는 프라이팬을 잡고 요리를 할 때 손목의 찌릿한 시큰거림과 통증을 가끔 느꼈다. 매일 요리를 하다 보니 손목에 무리가 간거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설거지와 물건을 쥐고 잡을 때 마다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결국 참다 못 한 김씨는 병원 찾았고, ‘드 쾨르뱅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초·중·고교생 희망 직업 중 셰프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문직으로 셰프가 집중 조명되면서 셰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데 따른 현상이다. 요즘 이슈가 된 배우 소유진, 김지우, 가수 박선주의 공통점은 배우자의 직업이 셰프라는 점이다. 연예인들도 이상적인 배우자 직업으로 셰프를 선호하는 만큼 직업의 위상도 높아졌다. 사회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셰프의 직업이 일면 화려해 보이지만, 매일 음식을 만들고 반복적인 손목을 사용하다보면 ‘드 쾨르뱅 병’이라는 생소한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엄지 쪽 손목의 찌릿한 통증, ‘드 쾨르뱅 병’… 아이 돌보는 산모부터 손 많이 사용하는 전문직 종사자까지 발병 위험= 전문직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 가지 정도 직업병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각광을 받는 직업인 셰프의 경우 프라이팬을 잡고 기울여가며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매일 요리를 하고 칼질을 많이 하기 때문에 손과 손목에 무리가 가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손목에 관련된 질환은 셰프 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 미용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와 일상생활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젊은층, 신생아를 돌봐야 하는 산모들과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까지도 흔히 발병하는 질환이다. 손목 통증의 원인과 질병은 다양하지만 손목 통증으로 병원을 내원하는 일반 환자의 약 5%가 드 쾨르뱅 병 환자다. 발병환자 중 출산 후 수유하는 산모 60%가 환자로 진단될 만큼 발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손목에는 엄지를 벌리고 펼 수 있게 하는 힘줄(장무지외전건, 단무지신건)들이 엄지방향의 뼈 위를 지날 때 일정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게 도와주는 일종의 통로가 있다. 드 쾨르뱅 병은 힘줄을 싸고 있는 통로의 인대가 염증 반응으로 두꺼워지면서 통로가 좁아져 인대가 지나갈 때 뻗치는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드 쾨르뱅 병의 통증은 서서히 혹은 급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으며 주로 손목에서 느껴지고 전완부(팔꿈치 밑에서부터 손목까지의 뼈)로 올라가기도 한다. 대개 주먹을 쥐거나 물건을 잡고 쥘 때, 손목을 돌리거나 비틀 때 통증이 느껴지며 산모들은 아기를 안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 통증 이외에 엄지 쪽 손목에 붓기가 나타나거나 이 부위에 낭종(물주머니)이 동반되기도 하며, 드물게는 엄지를 움직일 때 어딘가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한 심해지면 힘줄 위에 놓인 신경을 자극해 엄지와 검지 손가락의 손등 쪽이 저릴 수도 있다.
◇간단한 휭켈스타인(Finkelstein) 검사법으로 드 쾨르뱅 병 진단 가능= 드 쾨르뱅 병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엄지를 벌리고 오므리는 동작을 많이 하게 되면 이 때 많이 사용하는 힘줄이 마찰돼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드 쾨르뱅 병의 진단은 휭켈스타인(Finkelstein) 검사법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휭켈스타인 검사법은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감싸 주먹을 쥔 상태에서 새끼손가락 쪽으로 손목을 젖히는 것으로 이 때 심한 통증이 발생하거나 엄지손가락 쪽 손목을 누를 때 느껴지는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드 쾨르뱅 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손목과 엄지손가락 통증이 있을 경우 병원을 내원하게 되면 간단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인대가 두꺼워진 통로에서 힘줄이 눌려진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때 드 쾨르뱅 병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휴식·약물치료·뼈주사로 대부분 증상 호전, 심한 경우 간단한 수술로 완치 가능= 드 쾨르뱅 병의 통증을 계속 방치하면 엄지를 잘 못쓰게 되는 관절염으로 진행되거나 관절 자체가 굳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드 쾨르뱅 병 환자의 대부분은 휴식과 간단한 약물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보통 한 번의 주사로 1~3개월 이상 증상이 가라앉는데 환자의 약 60%는 1~3회 주사 치료 시 완치된다. 만약 통증이 지속되거나 치료를 받았어도 2개월 이내에 재발하게 되면 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창우 정동병원 대표원장은 “드 쾨르뱅 병은 일상생활에서 발병할 수 있고 또 쉽게 진단이 가능한 만큼 의심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드 쾨르뱅 병이 심한 경우에는 힘줄을 조이고 있는 통로를 절개해 넓혀주는 수술이 필요하고 대부분 부분 마취 하에 몇 분 이내로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