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이병헌이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2’로 전 세계 관객과 만난다. 전편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으로 할리우드 신고식을 치른 그는 이번 편에서는 더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 강력한 액션과 입체적 매력을 선보인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지.아이.조2’는 세계 최고의 전투 부대인 지.아이.조가 자르탄의 음모로 위기에 처하게 되고, 이에 살아남은 요원들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거대한 전쟁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이병헌을 만났다. 앞서 이날 내한한 존 추 감독과 주연배우 배우 드웨인 존슨, 애드리앤 팰리키, D.J 코트로나와와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지.아이.조2’ 군단을 한국에 초대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할리우드에서 촬영할 때는 사람들 움직이는 데 따라다니면 됐는데, 이제는 제가 호스트로 인솔하는 입장이 되니까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해요. 한국에 이틀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준 것은 한국의 술 문화였다. 폭탄주와 ‘파도’(순서대로 술잔을 비우는 것)를 전파했다고.

“존 추 감독과 다른 배우들을 어젯밤 10시께 만났어요. 스태프를 포함해 많은 인원이 있었기에 보여줄 수 있는 게 제한돼 있었죠. 그 시간에 남산을 갈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식사하며 술을 마시게 됐는데 다들 즐거워하시더라고요.”

존 추 감독과 배우들은 하나같이 이병헌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했다. 할리우드 내에서도 배우 이병헌에 대한 시각의 변화가 생긴 것이 사실. 그는 “대우가 좋아진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위상이 바뀐 것까지는 아직 아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지.아이.조’ 1편을 찍으러 갔을 때와 2편 때가 다른 건 맞아요. 저에 대한 대우가 좋아졌죠. 많은 분들이 제가 할리우드에 안착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봤을 때는 아니에요. 아직 저는 시작하는 단계일 뿐이죠.”



할리우드 작품을 할 때는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영화의 큰 흐름에 자신을 맞추고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2편을 찍다 보니 저번보다 편해졌지만 아직도 저로 인해 촬영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에요. 빠듯한 시간 안에 계획한 양을 끝내려고 노력하고, 혹시나 제가 방해되지는 않는지 신경 쓰죠. 가끔 다른 버전의 대사를 해볼까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그러기에는 아직 눈치가 보여서 주어진 것에 충실하고 있어요(웃음).”

이미 국내에서는 오래전에 톱스타 자리에 올랐고, 일본에서는 ‘뵨사마’로 불리며 한류열풍의 중심에 선 이병헌. ‘지.아이.조’ 시리즈와 영화 ‘레드2’를 통해 할리우드 시장도 공략했다. 더 이상 꿈 꿀 자리가 남아 있을까. 그에게 다음 목표를 묻자 “아직도 갈 길이 많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할리우드 안에서 제가 펼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일지 저도 궁금해요. 기회라는 게 언제까지 주어질지도 모르는 것이고요. 계속해서 무술 하는 동양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미국인을 대신해서 인종과 상관없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만날 수도 있겠죠. 아직까지도 미지수예요. 호기심 가득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직 할리우드에서는 작품을 고르는 입장이 아닌 선택받아야 하는 상황. 최근에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폭스 인터네셔널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았고 현재 검토 중이다. 폭스의 샌포드 패니치 대표는 지난달 26일에 가진 내한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한국 영화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샌포드 패니치 대표가 한국에 오기 바로 전날 미국에서 만났어요. 2년 전부터 저와 미팅할 때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면서 투자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한국영화 ‘런닝맨’에 최초로 투자를 했더라고요. 영화 전반적으로 볼 때 상당히 좋은 일인 것 같아요.”

5~6년 전만 해도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2년 내에는 감독이름과 배우 이름을 알 정도로 한국 영화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이 높아졌다. 샌포드 패니치 대표 역시 이병헌뿐 아니라 최민식, 하정우에게 관심을 보였다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걸 느낄 수 있어요. ‘올드보이’가 큰 사랑을 받았기에 최민식 선배님에 대한 궁금증도 크고요. ‘황해’의 하정우 씨에 대한 관심도 높더라고요. 감독님 중에는 봉준호, 김지운, 박찬욱 감독님을 주목하고 있어요.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진 것 같아 한국인으로서 몹시 뿌듯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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