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올해 프로스포츠 최악의 스캔들로 지목되고 있는 '농구 승부조작'에 동부 프로미 강동희 전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들이나 다른 팀 감독 등이 광범위하게 개입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명의 감독이 하기엔 절대 불가능하다"고 확신하며 전방위적인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논란이 벌어진 계기는 18일 SBS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농구 승부조작 관련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여기서는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현재까지 밝혀진 2010년뿐만 아니라 올해도 동부 프로미의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개된 문자메시지에는 지난 1월 8일 프로농구 동부 프로미와 KCC 이지스의 경기를 약 8분 앞두고 '첫 득 장판. 1쿼터 36언더. 3쿼터는 무조건 오버. 혼자만 베팅해'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 '첫 득'은 '첫 득점', '장판'은 'KCC', '1쿼터 36언더'는 '1쿼터 양팀 점수 합계 36점 아래', '오버'는 '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에서는 전했다.
해당 경기는 문자메시지 내용과 어긋남이 없이 진행됐고, 1월 4일과 13일 벌어진 동부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해 제보자(브로커)는 "동부 경기는 거의 다 이렇고, 100번을 넘게 베팅했지만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단순히 특정 쿼터나 경기를 지는 것은 감독 재량으로 2진급 선수를 내보내 가능할 수 있다고 해도 이처럼 경기 과정 속 특정 상황까지, 그것도 수차례에 걸쳐 성공하는 것을 한 명의 감독이 과연 다할 수 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이 밝힌 강 감독의 2010년 승부조작 내용은 전부 '경기 베팅'이나 '쿼터별 베팅'이다. 점수를 누가 먼저 내든, 몇 점을 내든 경기나 쿼터 전체에서 일부러 지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감독의 선수 기용에 따라 충분히 조작이 가능할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첫 득점을 하는 팀, 쿼터별 양팀 점수 합계 등으로 그 수준을 뛰어 넘는 것이다.
일단 농구는 첫 공격을 어떤 팀이 시작하는지도 알 수 없는 스포츠다. 현재까지 밝혀진대로 승부조작 사실을 오로지 강 감독만 알고 있었다면 선수들은 '점프볼'에서 첫 공격권을 손에 넣기 위해 전력으로 플레이할 것이고, 이미 여기서부터 첫 득점을 하는 팀을 한쪽 팀 감독 혼자 조종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
물론 감독이 '작전 상'이라는 핑계를 대며 첫 공격권은 일부러 내주라고 지시를 한다거나, 일부러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은 선수에게 점프볼을 시킨 후에 쉬운 슛기회를 내주기 용이하다고 판단되는 수비 포메이션을 지시하면 가능성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노마크 기회'가 와도 슛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고, 성공률이 극히 떨어지는 선수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슛을 지시해도 예상과 달리 성공될 수 있는 게 농구라는 스포츠다. "100번이 넘도록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는 브로커의 말이 사실이라면 강 감독은 '승부 조작의 달인'이라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
쿼터 점수도 마찬가지다. 한쪽 팀 감독이 작전을 통해 자기 팀 점수는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해봐도 상대 팀의 점수도 자신이 의도한대로 제어될 수 있냐는 것이 의문으로 남는다.
모든 것들이 '100% 불가능하다'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수차례 시도를 하는 동안 한 번도 어긋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고 하기에도 납득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소식이 전해진 후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면 선수 연루도 의심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첫 득점 같은 건 감독 매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정도 조작을 하려면 최소 3, 4명은 매수해야 한다"라는 등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동부 측은 "자체 조사 결과 강 감독 외에 조작에 개입한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확대 가능성과 관련해 "좀 더 추가적으로 확인할 부분 정도는 있다"라고 말을 아꼈다.
현재 강 감독은 2010년 3월 4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의정부 지검에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