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리뷰] ‘어둠 속의 빛’ 재현되는 홀로코스트 비극

[쿠키리뷰] ‘어둠 속의 빛’ 재현되는 홀로코스트 비극

기사승인 2013-03-29 16:20:01


[쿠키 영화]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한 민족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슬픈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언제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어둠 속의 빛’은 ‘쉰들러 리스트’(1993) ‘인생은 아름다워’(1997) ‘피아니스트’(2003)의 뒤를 이어 유대인 학살 내용을 다룬 홀로코스트 영화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지하에서 약 420일간을 생존한 11명의 유대인들과 이들을 지켜낸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레오폴드 소하는 하수도에서 420여 일간 유대인들을 숨겨주며 그들을 살려냈다. 이후 폴란드에서 ‘열방의 의인’이라 불리며 소설로 쓰여지기도 한 실존 인물이다.

멀리서 보기에 소하는 유대인들을 지켜낸 훌륭한 의인이지만, 영화는 그를 포장하기보다 그가 가진 내적 갈등과 인간 소하로서의 모습에 접근한다.

과거 좀도둑에 사기꾼이었던 그는 신실한 가톨릭 신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부도덕한 인물이다. 유대인들을 돕기 시작한 것도 그들에게 돈, 보물 등의 대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대인과의 관계를 통해 소하는 조금씩 인간으로서 성장한다.

그에게 유대인을 지켜내야 할 의무나 사명감은 없다. 단순히 돈 때문에 돕기 시작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진심과 정을 느끼고 함께 울고 웃으며 힘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다. 이러한 과정에서도 영화는 소하의 내적 갈등과 고민을 끊임없이 보여줌으로써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 소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관객과 함께 고민하게 한다.

소하의 변하는 모습과 함께 지하실에 숨어 지내는 사람들을 향한 앵글도 관객의 감정을 이리저리 흔든다.

영화는 죽음과 맞닿아 있는 11인의 유대인의 모습과 그들의 관계를 묵묵히 바라보면서 극한 상황에 처하면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목숨 하나 부지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여인의 동생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릎 쓰고 포로수용소로 향하는 인물이 있고, 하수구 안에서 아이를 낳게 된 한 여자는 그 아이의 미래를 예상이라도 한 듯 아기를 질식시켜 죽게 한다.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지만, 이 상황에서 자식을 죽이는 엄마의 마음은 어쩌면 또 다른 모성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찡하게 한다.

독일군에게 언제 걸릴지 모른 채 숨어 지내는 이들은 말 한마디조차 크게 내뱉지 못한 채 폐쇄된 공간 안에서 쥐들과 뒤엉켜 지낸다. 영화는 이러한 모습을 농밀한 연출력으로 표현하면서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관객에게 그들이 느낀 답답함과 두려움을 고스란히 전파한다.

또 비참하고 잔인했던 한 시대를 살아갔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불우한 이를 돕고자 하는 인간의 가장 선한 본성과 함께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악한 내면을 마주하게 하며, 인간이 가진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여류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제84회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제6회 듀블린국제영화제, 제37회 폴리쉬영화제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청소년 관람불가로 오는 4월 11일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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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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