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금보다 값진 ‘6·25 화보집’ 성금 1000만원
[쿠키 정치] “국가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고맙지요. 이런 일을 알려준 국민일보도 고맙고요.”
강원도 삼척에 사는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 권중석(67·사진)씨는 지난달 말 6·25전쟁 기록 화보집 ‘다시 태어난 한국: 위대한 나라(Korea reborn: A Grateful Nation)’ 출간 지원금 1000만원을 (재)함께하는나라사랑에 기탁했다.
권씨는 4일 국민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1일 국민일보에 실린 정부와 정전60주년기념사업회가 미국 국방부와 함께 6·25전쟁 화보집 발간을 지원한다는 기사를 읽고 성금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권씨는 “하나님께서도 원하시는 일인 것 같았다”며 “하늘나라에 갈 날은 가까워오지만 국가를 위해 한 일이 없어 부끄러웠는데 좋은 기회를 주셨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전60주년기념사업회는 화보집을 유엔군 참전용사들에게 헌정할 계획이다.
6·25전쟁 때 권씨는 초등학생이었다.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전쟁은 참혹함과 공포 자체였다. 권씨는 “지금 젊은이들은 당시 참상을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68년 맹호부대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하면서 또 다른 전쟁을 경험했다. 무고하게 죽어가는 힘없는 국민들의 억울함, 부패하고 허약한 정부가 지켜내지 못한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절감했다. 권씨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었다”며 “늘 이들에게 의미 있은 일을 하고 싶었다. 큰 숙제를 한 듯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부자가 아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그는 평생 노동일을 해왔다. 8년 전 받은 갑상선 수술로 건강한 편이 아니지만 틈틈이 모은 돈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있다.
권씨는 이전에도 국민일보에 어려운 이웃들의 이야기가 실리면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지난해 종교면에 실린 강원도 도계 은총교
회 가스폭발 피해자 기사를 읽고 500만원을 기탁했고, 베트남전 참전용사 자녀 돕기에 1000만원을 보내는 등 66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올해도 탈북자를 돕고 있는 갈렙선교회에 1000만원, 지병으로 고생하는 목사들에게 350여만원 등 5000만원의 성금을 냈다.
속옷을 기워 입을 정도로 알뜰한 부인도 이런 남편을 응원한다. 딸과 아들도 아버지편이다. 자녀들은 “유산 남길 생각하지 마시고 아버지 좋아하시는 일 마음껏 하시라”고 한다.
권씨는 “국민일보 때문에 가난해졌지만 마음의 부유함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며 “어려운 이들을 위한 기사를 많이 실어달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