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좋은 목소리와 함께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한다. 상대방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며, 취업이나 중요한 업무 미팅과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성공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좋은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을 할 때마다 우는 듯 떨리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고, 심하게 말을 더듬기도 하며, 나이에 맞지 않게 혀 짧은 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음성치료 전문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은 “병원을 찾는 성인 환자들 중 목소리 떨림과 말더듬 증상, 혀 짧은 소리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순히 이비인후과적 질환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시도 때도 없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 ‘연축성 발성장애’= 말할 때마다 목소리가 우는 듯 덜덜 떨리고, 목소리가 끊어지고 떨려 연속적으로 말을 이어나가기 어렵거나 특정 발음이 어렵다면 연축성 발성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발성기관을 형성하는 후두 근육들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근육 수축이 일어나 성대의 진동이 불규칙해져 음성이나 발성에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강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와 신경 전달과정에서 과도한 신호를 후두에 보내 발성에 관련된 후두근육 중 일부가 잘못된 움직임을 갖게 된다는 신경학적인 원인이 동시에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소리 떨림을 단순히 긴장 탓으로만 생각할 뿐 병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업무미팅이나 PT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조차 특정 단어나 발음이 잘 되지 않고, 떨리거나 끊기며 음성이 거칠어진다면 연축성 발성질환이 이미 심한 상태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를 계속 방치할 경우 짧은 단어도 말하는 것이 어려워 아예 말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연축성 발성장애의 치료는 음성치료, 약물치료, 보톡스 치료를 통해 개선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성대근육에만 선택적으로 주사할 수 있는 보톡스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보톡스 치료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반복되는 보톡스 주사의 횟수를 줄이고 스스로 목소리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음성치료를 동시에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시밭길, ‘말 더듬증’= 말 더듬 증상은 보통 말을 시작하는 2~4세에 많이 나타나고 어른이 되면서 자연 치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계에 따르면 이 중 37% 정도는 성인이 돼서도 말 더듬 증상이 계속된다고 한다. 성인 말 더듬의 증상은 말 막힘, 주저, 말 반복, 눈 깜박임과 같은 부수적인 행동이 나타나는데, 말 막힘 현상과 말 반복 증상이 나타날 때 가장 현저하게 말더듬이를 인식하게 된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심리적인 부담감이 가중되고 이 때문에 말하는 내용보다는 단어를 먼저 생각하느라 말이 더 막히고 특정단어나 특정 상황에서 점점 막힘이 심해지기도 한다. 문제는 말 더듬의 원인이 단순히 심리적인 요인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안 원장은 “말 더듬 증상을 호소하는 성인 환자들의 60% 정도는 연축성 발성질환이나 근긴장성 발성질환 등의 구조적 음성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성인 말더듬 치료의 시작은 이비인후과적인 원인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원인을 찾았다면 유창성검사, 조음검사, 발성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상태를 파악한 후 자신에게 맞는 약물 및 주사, 음성언어재활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좋다.
◇‘사랑해’ 아닌 ‘사당해’? 본의 아닌 귀여운 척, ‘혀 짧은 소리’= 유난히 ‘ㄷ’, ‘ㄹ’ 발음이 되지 않아 본의 아니게 혀 짧은 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혀 짧은 소리는 어린 아이 때는 귀여워 보일 수 있지만 다 큰 성인이 내면 오히려 주변인을 불편하게 하고,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혀 짧은 소리의 원인 중 하나는 혀의 아랫면과 입의 바닥(구강저)를 연결하는 막인 설소대가 짧아 혀의 운동이 제한되는 설소대 단축증이다. 대부분 선천적으로 나타나며, 드물게는 수술이나 외상 등으로 생기기도 하는데, 보통 혀를 길게 내밀거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ㄷ’, ‘ㄹ’ 발음에 문제가 생겨 혀 짧은 소리를 내게 된다.
그러나 설소대 단축증보다 심각한 것은 바로 혀를 잘못 사용하는 습관이다. 발음은 정확한 조음점을 찾아 혀를 움직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어릴 때 굳어진 잘못된 발음습관이 성인까지도 이어져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것이다.
설소대 단축증은 설소대를 끊어주는 수술을 통해 혀의 길이를 늘릴 수는 있지만 수 년, 수십 년 간 묶여있던 혀의 근육들은 설소대가 끊어졌다고 갑자기 사용하지 않던 방향, 위치로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수술 후 꾸준한 훈련으로 정확한 조음점을 찾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비인후과 진료 통한 구조적 문제 확인 후, 6개월 이상 꾸준한 음성치료 받아야= 이처럼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잘못된 발성습관 및 발음습관을 ‘어려서 그렇겠지… 크면 괜찮아지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성인이 됐을 때까지도 다양한 목소리 질환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목소리 질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비인후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서 약물치료나 수술치료 등 그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와 함께 6개월 이상의 꾸준한 음성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 원장은 “성인 때까지 나타나는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오랜 기간 굳어진 습관인 만큼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