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이던 체첸의 형제, 보스턴 폭탄 테러범 되기까지

장학생이던 체첸의 형제, 보스턴 폭탄 테러범 되기까지

기사승인 2013-04-20 00: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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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나에겐 미국인 친구가 한 명도 없다.” “권투 올림픽 대표로 선출돼 미국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인 두 형제는 넓은 미국 대륙에서 외로움을 달래던 러시아 체첸 출신의 젊은이였다. 러시아투데이(RT)는 19일 보스턴 시내와 인근 워터타운 일대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며 도주한 조하르 챠르네예프(19)와 타멜란 챠르네예프(26)가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vk.com’에 남긴 글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형 타멜란은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던 중 숨졌고, 동생 조하르는 경찰을 피해 숨어 있는 중이다.

“테러 계획 아버지에게 털어놔”

RT에 따르면, 차르네예프 형제는 러시아 연방 내 독립공화국인 체첸과 접경한 북 카프카스 출신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들이 최소한 1~2년전 미국에 왔으며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에 재학 중이라고 전했다. 북 카프카스 지역은 러시아 연방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체첸 이슬람 반군의 또다른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다게스탄 공화국 수도 마하치칼라에 거주하는 부친 안조르 차르네예프는 A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작은 아들(조하르)은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다”며 “정말 천사 같은 아이”라고 말했다. 조하르의 실제 학적과는 차이가 있다. 안조르 차르네예프는 그러나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그의 아들이 지난주 초 테러 계획을 알려왔다고 털어놓았다.

“폭탄에 대해 얘길 들었는데, 나는 무척 걱정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아버지 안조르는 아들에게 테러 계획을 포기하라고 설득했지만, 동시에 미국 정부가 자신의 아들을 사살한다면 “지옥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게스탄은 러시아 연방의 다른 국가와 달리 이슬람이 주류다. 안조르의 친척들은 두 형제가 10년쯤 전에 미국으로 갔다고 전했다.

“미국인이 되고 싶다”

이 형제들이 소셜네트워크에 남긴 글을 보면, 처음부터 테러를 기획하거나 미국에 반감을 가졌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VKontakte(In Contact)’에는 조하르 챠르네예프라는 이름의 계정이 있다. 보스턴에 거주하며 캠프리지 린지&라틴 학교에 재학중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 학교는 2011년 2월 조하르가 학교 대표 운동선수로 선발돼 캠브리지시의 장학금 2500달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조하르는 또 부친이 거주하고 있는 다게스칸의 마하치칼라에서 학교를 다녔다. 챠르네예프 가족은 2001년에 키르기스스탄에서 다게스탄으로 이주했다. 이 때는 체첸이 독립을 위해 러시아와 싸우던 제2차 체첸 전쟁 와중이었다.

조하르는 마하치칼라에 1년을 채 머물지 않았다. 당시 그를 가르친 한 교사는 “키르기스스탄에서 2001년에 전학을 와서 2002년 3월에 미국으로 떠났다”며 “4남매였는데 2명의 형제와 2명의 자매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RT에 밝혔다.

조하르는 키르기스스탄에서 태어났지만 체첸인이었다. 챠르네예프 가족은 키르기스스탄에서 러시아로 올 때 난민 자격으로 이주해 왔다. 미국으로 떠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조하르는 러시아어와 영어, 체첸어를 다 할 줄 알았지만, 자신은 체첸인이자 이슬람 신도라고 내세웠다.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숨진 형 타멜란은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망명해 왔다. 이들 가족이 체첸을 떠난 것은 체첸 분쟁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타멜란은 인터넷에 자신의 사진을 올려놓고 “나에겐 미국인 친구가 한명도 없다”“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을 적었다.

2009년 그는 보스턴 인근 캠브리지 경찰에게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 그 여자친구는 타멜란을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타멜란은 권투를 좋아했다. 타멜란의 친구에 따르면, 2010년 유타하에서 열리는 황금글로브 대회에 뉴잉글랜드(보스턴 지역) 대표로 출전하려고 준비하면서 그는 “미국 올림픽 대표로 뽑혀서 미국인으로 귀화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타멜란은 체첸이 독립하지 못한다면 러시아보다는 미국을 위해 뛰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타멜란은 그해 뉴잉글랜드 황금글로브 대회에서 헤비웨이트급에서 로키 마르시아노 트로피를 탔다.

타멜란은 또 보스턴의 벙커힐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했다.

RT에 따르면, 이들 형제가 테러와 연관된 흔적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남겨져 있다. 타멜란은 지난해 유튜브에 자신의 계정을 만들었는데, 지난 연말 ‘테러리스트들’이라는 항목을 만들고 관련 동영상 2개를 링크시켰다. 2개의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타멜란은 또 ‘지하드(성전)에 내 생명을 바치겠다(I will dedicate my life to Jihad)’는 식의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고,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들의 영상도 자주 보았다.

두 형제의 모친인 주바이다트 차르네예프(45)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데, 범죄 경력이 있다고 RT는 보도했다. 지난해 6월13일 매사추세츠 내틱에서 1624불짜리 여성복을 훔친 혐의로 체포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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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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