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아무리 벌초가 번거롭다지만 매정한 처사 아니냐” “멧돼지가 묘를 파헤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전남 고흥군에 등장한 ‘시멘트 묘’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전통적 장묘문화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반대론과 바쁜 현대생활에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찬성론이 엇갈리고 있다.
고흥 과역면에 기상천외한 시멘트 묘가 조성된 것은 이달 초. A마을 인근에 들어선 한 가족묘의 봉분과 묘역이 온통 하얀 시멘트로 뒤덮인 것이다. 이웃마을 B씨 집안의 가족묘로 전해진 이 묘지는 묘역 입구와 9기의 봉분 등 350여㎡가 흔한 건축 재료인 시멘트로 도배돼 이색적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전까지 묘역에 깔려있던 잔디는 햐얀 속살을 드러낸 시멘트로 일제히 대체됐다.
보름전 광주에 사는 종손이 종친들과 협의한 끝에 1700여만원을 들여 시멘트 포장을 했기 때문이다. 종손 측은 조상들의 묘가 멧돼지 등 야생동물에 의해 함부로 파헤쳐지자 고심 끝에 이 같은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크리트로 중무장한 생경한 묘역이 모습을 드러내자 인근 주민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멧돼지를 막으려면 시시때때로 찾아와 벌초만 잘 하면 될 일인데 굳이 시멘트로 발라야 되느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다른 주민들은 “멀리 떨어진 조상묘를 제대로 관리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옹호론을 폈다. 이들은 “농촌인구 고령화로 따로 비용을 들여 벌초를 대신 부탁하기도 어렵다”며 “정말 조상묘에 무관심하다면 시멘트 묘지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벌초가 힘들어 무성하게 잡초를 방치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멧돼지 퇴치용 시멘트 묘역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시멘트 묘역은 과역면뿐 아니라 금산면 등에도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금산면 주민 박모(58)씨는 “봉분만 잔디로 하고 묘지 주변은 시멘트로 포장하거나 인조잔디로 깔아 멧돼지를 원천봉쇄하려는 경우가 심심찮게 늘고 있다”며 “도시생활을 하는 후손들이 조상들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고 밝혔다.
과역면 해당마을 마을 이장은 “가족묘에 멧돼지들이 자주 출몰해 후손들이 골치를 썩여왔다”며 “고육지책으로 시멘트 포장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흥=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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