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팬티 바람’ 그림에 얼굴 합성…日‘만화’ 돼 버린 윤창중

[친절한 쿡기자] ‘팬티 바람’ 그림에 얼굴 합성…日‘만화’ 돼 버린 윤창중

기사승인 2013-05-14 14:28:01


[친절한 쿡기자] 요즘엔 '윤창중 사건'의 해외 보도를 찾아보게 됩니다. 전무후무한 사태에 한차례 폭풍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잠시 숨을 고르게 되니 '과연 외국에선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전할까'에 눈길이 쏠리나 봅니다.

이런 저런 기사들을 보며 한숨을 푹푹 쉴 때도 있고, '피식' 웃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14일 오후 시선이 '확' 쏠리는 장면 하나를 보게 됐습니다.

한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일본 방송 프로그램의 모습인데요.

'재패니메이션'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의 애니메이션 강국이라서 일까요, 아니면 은근히 한국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을 고소하게 여기는 걸까요. 여기서는 윤 전 대변인의 사건을 '만화'로 그려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호텔방에서의 상황에 대해 인턴 여성과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을 비교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왼쪽 그림은 인턴 여성의 주장입니다. 윤 전 대변인이 팬티만 입은 차림으로 방문을 열고 서서 인턴 여성을 향해 막말을 하는 모습입니다. '暴言(폭언)'이라는 말풍선이 세 개 달려있고 수치심을 느낀 인턴 여성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오른쪽 그림은 윤 전 대변인의 주장입니다. 윤 전 대변인이 역시 팬티만 입은 채 방문을 열고 인턴 여성을 제지하고 있습니다. 윤 전 대변인의 '충격적인' 차림을 본 인턴 여성은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윤 전 대변인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8일 오전 일찍 일어났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 '긴급한 브리핑 자료를 가지고 왔나' 싶어 문을 열어 보니 그 가이드가 있었다"며 "그래서 내가 '여기 왜 왔어, 빨리 가'라고 말했다"고 반박하는 부분이겠죠.


화면 상단에 'セクハラ 報道官(성희롱 대변인)'이라는 문구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 방송이 어떤 속내를 가지고 이런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그저 사건의 진행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한 눈에 쉽게 알려주기 위한 순수한 목적으로 그랬다해도 참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면 일개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자국도 아닌 다른 나라 국정 최고기관의 대변인에 대해 팬티 바람의 그림에 얼굴을 합성해서 그려놨겠습니까. 이 트윗을 올린 이는 "총체적 나라망신"이라고 썼습니다. 이 말이 딱 맞습니다.

일본에서는 가끔씩 이렇게 우리나라의 '중대 사태'를 희화화시키는 모습이 등장해 빈정을 상하게 합니다.

일례로 지난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일본의 유명 UCC 사이트인 '니코니코 동화'에는 노 전 대통령을 RPG(역할 수행 게임)의 캐릭터 중 하나로 설정,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희화화하고 폄하한 UCC 동영상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아래 기사 링크 참조)

▶日 '盧 전 대통령 조롱 동영상' 확산… "고인 두번 죽이는 일" 분노

당시 저는 '올린 사람 누군지 꼭 찾아서 다시 보도해달라' '국가 차원에서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등 네티즌들의 분노가 담긴 이메일을 엄청나게 받았습니다. 한 네티즌이 이를 반박하는 영상물을 손수 제작해 보내오면서 '이것도 기사로 써달라'고 요청했던 기억도 나는데요.

그런데 이번 윤 전 대변인의 만화에는 과연 국민들이 그때처럼 공분을 해줄까요? 아니,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