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반쪽 임을 위한 행진곡 빠진 5.18 33주년 기념식

끝내 반쪽 임을 위한 행진곡 빠진 5.18 33주년 기념식

기사승인 2013-05-16 21:29:00
‘국민대통합’의 출발선이 돼야 할 5·18민주화운동 제33주년 기념식이 5월 단체들이 불참하는 ‘반쪽 행사’로 치러지게 됐다. 5월 단체들은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해 기념식 참석을 거부했다.

국가보훈처는 “18일 광주 운정동 국립5·18묘지에서 열릴 정부 주관 기념식에서 광주지역 5월 단체 등이 요구해온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하지만 이 노래가 그동안 기념식에서 꾸준히 불려온 만큼 합창단의 공연 형식으로 합창을 할 때 참석자 중 원할 경우 따라 부를 수 있는 절충안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보훈처는 일부 노동·진보 단체들이 애국가 대신 불러온 데다 참석자들이 정부 기념식에서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보훈처가 고심 끝에 ‘임을 위한…’ 제창을 배제하자 광주진보연대 등 시민단체와 5월 단체는 국립묘지 내 민주의 문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정부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정부 주관 기념식이 열리는 동안 ‘임을 위한…’의 5·18 공식곡 지정과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앞서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시민·사회단체 등 310개 기관·단체로 결성된 ‘5·18 공식 기념곡 추진대책위’도 성명을 내고 ‘임을 위한…’의 공식 기념곡 지정과 기념식 때 제창을 주장했다.

이들은 “공식 식순에 포함시켜 참석자가 함께 제창하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결단이 없는 한 올해 5·18기념식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5월 단체들의 불참 속에서 치러지게 됐다.

5월 단체들은 당시에도 보훈처가 ‘임을 위한…’ 제창을 식순에서 제외하자 기념식 참석을 거부하고 국립묘지 옆 5·18 옛 묘역에서 따로 기념식을 가졌었다.

1980년대부터 대학가 집회 등에서 단골로 불려온 ‘임을 위한…’은 1982년 소설가 황석영씨가 백기완씨의 시 ‘묏비나리’를 개작해 가사를 만들고 김종률씨가 곡을 붙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인 올 기념식은 당초 3부 요인 등 정부 핵심인사와 여·야 정치권은 물론 김범일 대구시장 등이 참석한다는 점에서 국민통합의 한마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5월 단체 관계자는 “5·18기념식이 국민화합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게 된 것 같아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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