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씨는 지난해 2월 필리핀 현지 경찰관들과 공모해 마닐라 관광 중이던 한국인 관광객 4명을 납치해 거액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달아났던 방씨는 여행 가이드 최모(34·구속기소)씨 및 현지 경찰관 10명과 짜고 “마약 소지 혐의가 있다”며 관광객들을 체포, 7시간 이상 인질로 잡아뒀다. 납치 피해자들은 1명당 6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을 지불한 뒤 풀려났다.
방씨는 범행 직후 체포돼 기소됐지만, 피해자들이 신변 불안 등을 이유로 현지 법원 출석을 거부하면서 국내 송환이 불투명했다. 이에 법무부가 직접 필리핀 법무부와 이민청, 국가범죄수사국(NBI) 등 주요 사법기관 인사들과 접촉해 방씨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지난 3월 27일 필리핀 장관에게 친서를 보내 협조를 구했다. 법무부는 “필리핀 사법당국과 직접 협력 채널을 통해 송환을 성사시키긴 처음”이라며 “필리핀 당국은 당초 방씨의 송환에 소극적이었지만 우리 측의 설득으로 송환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이후 절차가 신속히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선욱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최근 국내 범죄자가 동남아 지역으로 넘어가 한국인을 상대로 납치, 강도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향후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해외 도피 강력사범에 대해 집중적인 송환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18일 송환된 박씨를 충남지방경찰청으로 넘겼으며, 경찰은 방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