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영훈국제중학교가 교감 등이 ‘성적 조작’을 주도해 온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관심의 초점은 성적 조작으로 인한 입학자 명단에 그동안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영훈중에 입학한 부유층 자녀들도 포함됐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 교육청은 20일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교감 등 11명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부유층 자녀의 부정 입학 실체는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아들이 ‘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입학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 교육청은 기자들의 질문에 "특정인에 대한 감사 결과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이 부회장의 아들이 부정입학에 개입된 바 없다는 것도 아니요,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확인시켜 준 것도 아닌 채로 검찰로 공을 넘긴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유층 자녀들의 부정 입학 의혹은 지난 2월 김형태 서울시의원(시의회 교육위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2013학년도 영훈국제중 전형별 학부모 직업 현황’을 발표하면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 비경제적 사배자 합격자’ 16명 가운데 7명이 이 부회장의 아들을 포함해 변호사, 의사, 사업가 자녀로 밝혀졌다. 부모가 의사인 합격자는 2명, 유명 로펌 대표 출신 변호사 자녀가 1명이었다. 이어 연 매출 500억 원이 넘는 중소기업 대표 자녀와 이 부회장의 아들, 서울 강남의 빌딩 임대업자 자녀 등 사업가 자녀가 4명으로 나타났다.
합격자 대부분은 ‘다자녀 가정’과 ‘한부모 가정 자녀’ 자격으로 합격했다. 이 외에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 대상인 ‘소년소녀 가장’ ‘조손가정 자녀’ ‘북한 이탈 주민 자녀’ ‘환경미화원 자녀’ 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하더라도 그 실체를 쉽게 밝혀내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조승현 감사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성적 조작) 관련자들이 성적 조작을 은폐하기 위해 심사자들이 최초 채점한 점수 채점표를 무단 폐기했다”며 “이들은 성적 조작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누구를 합격시켰고 누구를 떨어뜨렸는지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부적격 내정자를 떨어뜨리려 했지 합격시키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감사관에 따르면 이번 감사에서는 최초 채점 점수표가 폐기되는 바람에 1400여명 입학지원자의 성적을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접근했다. 이를 통해 전체 추이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 합리적인 의심이 갈 정황이 있는 사람을 추정해 발표했다는 설명이다.
영훈중의 성적 조작 방식은 일반전형 1차 시험인 ‘객관적 채점 영역’에서 525∼620위인 6명에게 2차 시험인 ‘주관적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줘 총점을 합격권으로 끌어올렸고, 반대로 학교가 입학 부적격자로 미리 분류한 학생이 1차 시험 결과 합격권에 있을 때는 주관적 영역에서 최하점에 가까운 점수를 줘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이처럼 영훈중이 조직적으로 성적조작을 통해 부정입학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채점표를 무단 폐기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혐의를 입증해내기까지는 난제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부회장의 아들이 주관적 영역 만점이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 감사관은 “이 역시 관련자들이 진술을 거부했다. 확정적으로 감사결과에 대한 특정인 정보를 말할 수 없다는 부분을 양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채점표가 폐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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