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형기자의 화장품 이야기] 화장품도 ‘인스턴트’ 시대, 年1000개 제품 출시?

[장윤형기자의 화장품 이야기] 화장품도 ‘인스턴트’ 시대, 年1000개 제품 출시?

기사승인 2013-05-30 13:16:01

[쿠키 생활] “일주일에 2~3번은 인근 동네 화장품 매장에 가서 화장품 1개씩은 꼭 사옵니다. 매주 신제품이 나오다보니 새로운 것을 써보고 싶은 욕구에 계속 제품을 사게 됩니다. 특히 요즘은 브랜드마다 세일이 최대 50%까지 하다보니 자주 사러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 달에 최소 5~10개의 화장품을 구매한다는 이 모 씨는 최대 20~50%씩 세일하는 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들를 때면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고 했다. 게다가 화장품 원브랜드숍들이 매주 새로운 제품들을 출시하다보니 신상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라도 매장에 꼭 들른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1년에 반 이상 진행되는 세일 행사, 연일 나오는 신제품 출시가 화장품 매장으로 여성 고객들을 끊임없이 불러들이고 있다. 브랜드숍 세일 행사가 진행되면 주요 뷰티카페에는 평소 사고 싶었던 제품을 사재기로 구매하려는 여성들의 글이 쇄도한다. 바야흐로 화장품도 끊임없이 쓰고 버리는 ‘화장품 인스턴트’ 시대에 돌입했다. 화장품을 아껴 쓰는 시대는 지났다.


한 20대 여성은 “저가 화장품이 생긴 이후부터 한 제품을 더 이상 오래 쓰지 않게 됐다”며 “너무 자주 화장품을 바꿔 피부 부작용을 일으킨 적은 있지만 지금도 다양한 제품을 쓰고 싶은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화장품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한 때 네이버 포탈 사이트 검색어 1위는 모 화장품 브랜드 세일 행사가 차지한 적이 있다. 당시 2위에는 ‘북한 미사일’ 이슈가 키워드로 떠 있었다. 화장품 세일 행사가 국가의 비상사태보다도 중요한 이슈가 된 것이다. 이렇듯 한국 여성들의 화장품 구매 욕구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할 수 있다.

화장품 원브랜드숍은 화장품 구매율을 높이는 데 한 몫했다. 한국 여성들의 화장품 구매율 또는 재구매율이 프랑스나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 여성들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서도 알려진 바다. 이는 이니스프리, 에뛰드,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 등 화장품 원브랜드숍들의 연간 매출 규모를 통해서도 잠정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들 브랜드숍 화장품 회사들은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1년 절반 이상은 세일 행사를 진행한다. 그렇다보니 고객들의 제품 구매 빈도도 잦아진다.

물론 한국 여성들만의 화장품에 대한 높은 관심도 제품 구매율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세계적인 화장품 CEO들에게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로레알그룹도 한국을 아시아의 주요 거점 시장으로 지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소식에 의하면 한국은 세계 최대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그룹이 주목하는 10대 시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 고객들이 화장품에 대한 정보가 풍부해 핵심 ‘테스트마켓’이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 여성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과 화장품에 대한 사랑이 뜨겁다.

화장품을 자주 바꾸고, 구매하게 만드는 화장품 회사들. ‘화장품 인스턴트’를 주도하는 것은 누구일까. 우리나라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유독 신제품 출시 빈도가 높다. 기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브랜드숍들이 1년에 출시하는 신제품만 평균 1000~2000개에 달한다. 용기만 바꿔 가격만 올려 파는 리뉴얼 제품까지 합치면 새롭게 연간 출시되는 제품 수는 상상 초월이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R&D에 적극 투자하고 화장품 개발에 신경 쓰는 회사라면 현실적으로 이렇게 많은 신제품이 나오게 할 수 없다”며 “지나친 시장 논리”라고 비판했다. 그만큼 제품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오늘도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에뛰드하우스, 미샤 등 중저가의 원브랜드숍들이 소비자들을 끌기 위해 신제품 출시, 할인 등으로 앞다퉈 경쟁을 펼치고 있다.

1년에 1000개 이상의 제품을 만드는 국내 화장품 회사들.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에 어쩌면 당연한 처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른바 화장품 ‘인스턴트’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에는 얼마나 책임 의식을 갖고 있을지, 묻고 싶다.

소비자들도 이제 유행만 쫓아 화장품을 구매할 것이 아니라, 그 화장품 회사가 지향하는 철학이 무엇인지 봐야 할 것이다. 결국 내 몸에 바르는 것이니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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