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30일 3번째로 공개한 조세회피처 설립 페이퍼컴퍼니 명단 중 한 곳에는 이수형 현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가 등기 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 전무는 2005년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Energylink Holdings Limited)’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에 연극배우 윤석화씨와 윤씨의 배우자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 조원표 현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와 함께 등기이사로 나와 있다. 이 때는 이 전무가 삼성전자로 이직하기 전이다. 조 대표이사 역시 동아일보 출신이다.
이 전무는 “1999년쯤 당시 김 사장이 검찰에 구속됐다가 바로 구속적부심으로 풀려 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 직후 이전 부터 잘 알고 지내던 김 사장의 고문변호사와 함께 김 사장을 만나게 됐다. 만날 때 후배 기자들 여러 명과 함께 있었고 조 대표이사도 당시 함께 만났다”며 김 전 사장을 알게 된 경위를 전했다.
이 전무는 “2000년 초 동아일보를 사직하고 중소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옮겨 경영을 맡게 된 조 대표이사가 2004년쯤 자신의 회사 사외이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해 무보수로 맡아 주기로 했으며, 동아일보를 사직하면서 (사외이사에서) 사퇴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투자 문제로 홍콩을 다니던 조 대표이사는 김 사장과 연락해 함께 사업을 하기로 했다고 들었고, 조 대표이사가 어차피 본인과 함께 김 사장을 알게 됐는데 같이 이름을 올리자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때 이 전무는 투자도 아니고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어서 조 대표이사를 통해 여권번호와 영문 이름을 알려주면서 수락했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당시 이 회사가 페이퍼컴퍼니인 줄 전혀 몰랐고, 단 한 푼도 투자하거나 대가를 받은 것이 없다. 사업 내용도 모른다”라며 “이후 2007년 조 대표이사에게서 문제의 사업이 진전이 없고 정리하기로 했다고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15년간 법조기자로 일하다 지난 2006년 삼성전자로 둥지를 옮겼다. 이 전무는 기자 직함을 버린지 7년이 지난 지금도 현직 기자들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법조기자였다.
그는 1999년 ‘옷로비 의혹 사건 녹음 테이프 및 사직동팀 최종보고서 보도’, 2001년 ‘국가안전기획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 보도’ 등으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10차례(한국기자상 2차례 포함)나 받았다. 이는 역대 두번째 기록이기도 하다.
2003년 12월 미국 인디애나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수여 받았으며, 2004년 5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번 명단 공개만으로 이 전무가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예단할 순 없지만, 정의사회 실현을 위해 사회 권력층의 비리를 파헤치던 최고의 법조기자가 조세회피처의 ‘유령 회사’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는 지난 2005년 한양대 학보사와의 동문 인터뷰에서 “특종은 세상을 바꿉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라며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정작 자신이 ‘특종의 객체’가 됐다.
이 인터뷰가 공개된 건 2005년 6월 말. 자신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페이퍼컴퍼니 설립 날짜는 2005년 6월 17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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