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남북격(格)투기’에 폭격당한 그랜드힐튼H…“뭐라 말도 못하겠고”

[친절한 쿡기자]‘남북격(格)투기’에 폭격당한 그랜드힐튼H…“뭐라 말도 못하겠고”

기사승인 2013-06-12 17:58:01


[친절한 쿡기자] 2007년 5월 21차 장관급회담 이후 6년 만에 마주 앉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북 테이블이 ‘격(格)’을 놓고 다투다 결국 중단됐습니다. 12일 오전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서울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대책회의 참석에 앞서 “회담이 무산이냐, 보류냐”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산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여기 저기서 탄식이 흘러 나오고 있을 텐데, 탄식하는 소리가 그 어느 곳보다 큰 곳이 있습니다. 바로 회담 장소로 잡혔던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이겠죠.

이 호텔은 사실 남과 북이 만날 때마다 단골로 이용돼 온 장소입니다. 서울 외곽에 위치하고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보안·경호 등에 수월하고 청와대 등과 접근성도 좋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에 남북간 회담이 총 18차례 열렸는데 이 중 8번이 이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이번에도 정말 만전을 기했다고 합니다. 프레스센터, 회의실, 통신선 등의 설치는 물론 회담용 객실에 리허설까지 손이 갈 곳도 한 두 군데가 아니었겠죠. 준비하는 동안 동원된 직원들은 퇴근은커녕 아예 밤샘을 하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네요. 그래도 그들의 마음 속엔 단순한 직장일이 아니라 역사의 현장을 준비하는데 힘을 보탠다는 자부심이 있었을텐데, 갑작스런 작업 중단 통보를 받았을 때의 허탈감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을 겁니다.

회의실, 객실, 통신선, 프레스센터, 음식, 레드카펫, 플래카드, 철야근무 동원 직원 수 등 제대로 활용도 못 해보고 여기저기 들어간 비용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이 비용이 정부로부터 이미 지급은 된 건지, 아직 지급이 안 됐다면 어떻게 되는 건지, 혹시나 이른 시일 내에 극적으로 회담이 재개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 등 이것 저것 궁금한 게 생겨 호텔 측에 전화를 해 물어봤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극비다” “그런 건 말 못 해준다” “그런 것까진 모르겠다” 등이 전부였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이 정도는 말해주지 않을까’ 싶은 질문들로 다시 정리해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휴대전화에 통화내역 상으로 보니 13분 만에 걸었는데 이번엔 아예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습니다’라는 자동 응답 문자메시지가 날아옵니다.

사실 기자 입장에서 취재 목적으로 전화를 했을 때 받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빈정 상하고 화도 납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더군요. 이해가 되니까요. 사실 그들의 입장에선 이럴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한 거죠.

남북 간의 ‘격(格)투기’에 세게 한 방 얻어맞은 기분. 아무리 나랏일이라지만 그들도 사람인데요. “정말 뭐라 말은 못 하겠고….” 지금 딱 이 심정 아닐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박요진 기자, 사진=김지훈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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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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