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월드컵 따위 필요 없다!”
축구의 나라, 축구의 선진국, 축구의 G1 브라질에서 월드컵 대회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25만명이 참가했다. 심지어 브라질 국가대표팀까지 시위대를 지지했다. 수퍼모델 지젤 번천도 트위터로지지 의사를 밝혔다.
17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는 상파울루, 브라질리아, 리우데자네이루를 포함한 10개 대도시에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상파울루에서는 7만명, 리우에서는 10만명이 거리행진을 벌였다. 도로가 막혔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다. 격렬한 충돌에 분노는 더 커졌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도 건물에서 흰 종이 가루를 뿌리며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시위는 애초 상파울루의 시내버스 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소박한 취지였다. 시내버스 요금은 우리 돈으로 100원, 현지 헤알화로는 20센트 올랐다. 상파울루의 버스 요금은 그 전에 3헤알, 약 1570원이었다.
한번 튀어나온 시민들의 불만은 20센트를 넘어 브라질의 고질적인 빈부격차, 세금, 그리고 부패한 정치인과 부실한 사회 복지 서비스로 확산됐다. 급기야 내년의 월드컵, 2016년의 올림픽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월드컵은 필요 없다. 병원과 학교가 필요하다.”
한 시위 참가자가 피켓에 쓴 문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백번씩 공유되면서 브라질 전역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리우에서 밤늦게까지 이어진 시위는 중심가를 가득 메울 정도로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일부 시위대는 은행의 현금지급기를 부수는 등 과격해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브라질은 인구의 21%가 극빈층이다. 빈민 지역은 총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올 정도로 범죄율이 높다. 이런 동네는 경찰의 힘이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신들의 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과 올림픽이라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를 동시에 유치했다. 대회 준비에 들어가는 돈이 최소 144억 달러, 15조원이 넘는다.
반면 리우 같은 대도시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빈민가의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물가도 덩달아 호나우두처럼 뛰고 있다.
브라질 언론은 이번 시위가 1990년대 초 이후 20여년만의 가장 큰 규모라고 보도하면서 “국민이 깨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콜로르 대통령은 국민들의 시위 끝에 탄핵 당했다. 현지의 유력 여론조사기관인 다타폴랴(Datafolha)의 긴급 조사에서 시위 참가자의 84%가 정치권에 불신을 드러냈다. 호세프 대통령이 18일 대통령 궁에서 연설을 했다. “평화적인 시위는 합법적인 권리이자 민주주의 자체”라면서 “정치권과 정부는 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브라질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번 터져나온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위를 주도하는 ‘자유통행운동(MPL)’은 이날도 상파울루 시내에서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