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연예병사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도마 위에 올려놓은 장본인은 한때 ‘월드스타감’이란 소리를 들었던 인기가수 세븐, 우람한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며 건강한 이미지로 대중의 뇌리에 자리잡고 있는 그룹 마이티마우스의 멤버 상추입니다. 연예병사로 복무 중인 이들은 강원도 춘천에서 위문공연을 마친 후 새벽 3시가 다 된 시간에 시내 ‘안마시술소’에 출입하는 모습이 한 지상파 방송사 기자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안타깝지만 안마시술소는 아무래도 대중들 사이에서 ‘성매매 업소’의 이미지가 강하죠. 공인이면서 군인 신분인 이들의 이런 ‘막 나가는’ 모습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던지는 사회적 의미와 메시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사생활 캐서 뭐하자는거지’라며 취재진을 비난한 최필립씨의 ‘지원 사격 멘트’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고요.(다행히 바로 사과하셨음)
저는 보도가 나온 25일 밤 귀가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보다가 이 내용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들이 숙소에서 나와 안마시술소에 갔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이들이 안마시술소에 갔다는 날과 “몸이 안 좋아 (허락 하에) 치료 목적으로 갔다”는 국방홍보원의 입장에 눈길이 확 쏠렸습니다.
이들이 소위 ‘사고를 친’ 날은 지난 21일이라고 하는데요, 그걸 확인한 순간 곧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뇌종양 두통약 사병’ 고(故) 신성민 상병인데요. 이날은 공교롭게도 신 상병의 장례식이 치러진 날입니다. 장례식 치러진 사실은 몰라도 이 사건에 대해선 많이들 아실겁니다. 신 상병은 지난 1월 초부터 극심한 두통이 반복돼 부대에 여러 차례 호소했는데도 그저 두통약만 처방 받았습니다. ‘머리를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프다’고 호소했는데도 두통약만 처방 받다가 뇌종양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졌고 지난 17일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처럼 병사가 아픈 경우가 생겼을 때 군의 조치는 소홀하기만 합니다. 군인권센터에서 지난해 휴가병사 3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파도 아프다고 부대에 말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무려 27.2%였다고 합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같은 내용의 실태조사보고서를 발표했을 때와 비교해 오히려 5.7%가 상승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아무 곳이나 소위 ‘군인정신’을 들이미는 군대란 곳의 해괴망측한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자도 과거 이등병 시절 어느날 저녁에 배가 너무 아파서 참다 참다 결국 선임병에게 이야기했더니 ‘너 (군기가) 빠져서 아픈거야 임마’ ‘군인은 맘대로 아파도 안 되거든’이라고 비꼬는 소리를 들어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변에 이런 후진적 군대 문화에 신음하는 병사들이 널려 있는데, 한쪽에선 91년생 꽃다운 나이의 청년이 뇌종양에 걸렸는데도 두통약만 처방 받다 사망한 사건까지 일어났는데 연예병사들에겐 ‘치료목적’으로 부대 외부의 시내 안마시술소를 보내줬네요. 이거 대우가 달라도 정말 너무 다릅니다.
국방홍보원 관계자님들, 그리고 어깨하고 무릎이 안 좋아 중국마사지 받으려 했었다는 상추씨, 치료받으러 갔었다는 말 거짓말 아니죠? 정말이죠? 진짜죠? 네, 믿습니다. 역시 사람은 유명해지고 볼 일이네요. ‘유명무죄, 무명유죄’인가요. 솔직히 부럽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TheKukmin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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