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지난 15일 발생한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가 시공사 측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유족들이 사고 발생 후 몇 시간이 지나서야 '뉴스'를 보고 사고 소식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후 대응 역시 문제투성이였던 셈이다.
실종자 중 1명의 아들이라고 밝힌 익명의 유족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고 당일) 밤 11시 35분쯤 뉴스를 보고 아버지에 대한 사고 소식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오후 5시쯤에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족들이 사고 발생 후 약 6시간이 지나서야, 그것도 회사의 연락도 아닌 뉴스를 통해 알음알음 가족의 사망 현장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는 "저는 새벽 1시에 도착했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브리핑은 없었다"며 "높으신 분들이 오니까 천막치고 브리핑하고 세팅하고 다 했다. 아침에 브리핑을 한다고 했는데 기자브리핑을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자 한 50명 모아놓고 브리핑을 하는데 저희 쪽에는 얼굴도 한번 안 비추고 죄송하다는 말을 한 번도 안 해 울화통이 터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총 8명이 팀이라고 하는데 탈출한 생존자가 한 명 있다고 해서 그 분을 어디로 보냈냐고 하니까 고향으로 내려 보냈다고 했다"며 "그 분과 통화를 해 보니 사고가 일어나기 전 비가 많이 올 것 같다는 통보만 있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 유족에 따르면 직접적인 '작업 중단' 통보는 없었던 것이다.
그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 생계를 위해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처럼 해외여행을 가기로 계획했었다"며 "누가 됐던 간에 책임을 인정을 하고 빨리 사태 수습을 했으면 좋겠다. 20시간 넘게 지금 아버님이 저기에 계신다. 빨리 나오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지난 15일 오후 5시쯤 서울 동작구 본동 한강대교 남단 서울시 상수도관 부설 작업 현장에서 인부 7명이 유입된 강물에 휩쓸려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데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의 원인과 과정에 대해 철두철미하게 조사하고 관행적인 모든 문제를 검토해 재발 방지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