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CJ그룹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가 허병익(59·구속) 전 국세청 차장으로부터 “CJ가 준 3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3억원)와 명품 시계 1점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전 전 청장을 출국금지했으며,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2006년 CJ㈜에 3560억원 세금을 부과할 수 있었지만 CJ 측 로비 공세로 결국 한 푼도 추징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28일 검찰 및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006년 CJ그룹 세무조사를 벌였다. 세금 3560억원 정도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국세청은 이재현 회장의 주식 이동 과정을 중점 조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5~6월 이런 사실을 인지한 CJ 재무팀은 학연, 지연 등 인맥을 동원한 전방위 로비 전략을 짰다.
이 회장 자금을 관리했던 신동기(57·수감 중) 부사장은 고려대 동기이자 1년에 서너 차례 골프를 함께 쳤던 허 전 차장(당시 법인납세국장)을 맡았다. 허 전 차장은 전 전 청장과 같은 강원도 출신에 동갑내기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 전 차장이 먼저 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같은 해 7월쯤 “국세청장 인사청문회가 있는데 이래저래 돈이 들어간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이에 신 부사장은 자신의 서울 남산 사무실에서 허 전 차장을 만나 30만 달러가 든 검은 가방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얼마 후 이 회장과 신 부사장, 전 전 청장, 허 전 차장 등 4명은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식당에서 회동했다. 이 회장과 전 전 청장이 먼저 자리를 떴고, 신 부사장은 “회장님이 주는 선물”이라며 수천만원짜리 까르띠에 시계 1개, 프랭크 뮬러 시계 1개를 쇼핑백에 넣어 허 전 차장에게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국세청장과의 회동을 앞두고 평소 자주 이용하던 서울 힐튼호텔 매장에 신 부사장과 함께 들러 직접 선물할 시계를 골랐다고 한다.
그러나 허 전 차장은 자신이 받은 건 시계 1개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 부사장에게 받은 30만 달러는 가방을 열어보지도 않고 전 전 청장 사무실 책상에 갖다 뒀으며 전 전 청장이 “고맙다”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신 부사장이 준 시계 2개 중 1개도 전 전 청장이 가져갔다는 게 허 전 차장 얘기다.
CJ는 결과적으로 2006년 세무조사에서 아무런 세금도 부과되지 않았다. 2008년 CJ 전 재무팀장 이모(44)씨가 살인교사 혐의로 수사받을 때 이 회장 비자금 일부가 드러나자 CJ 측은 뒤늦게 1640여억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검찰은 2008년 세금 추징 때도 CJ 측이 부과액을 낮추고 검찰 고발을 막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국세청장 직무대행이던 허 전 차장이 CJ 측과 만나 조사 내용을 상의했다는 의혹도 있다.
허 전 차장은 지난 25일 체포영장이 나온 직후 검찰에 자수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27일 “사안이 중대하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전 전 청장을 곧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CJ 측이 이모 부사장을 통해 전 전 청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 돈이 전 전 청장에게 전달됐는지는 추가 수사를 통해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나성원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