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코리안 드림’이 다시 ‘악몽’이 됐다.
중국동포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노량진 수몰사고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중국동포 2명이 안전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30일 서울 방화대교 상판 붕괴 사고로 다리 아래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 4명 중 중국동포 허동길(50)씨와 최창희(52)씨가 숨졌다. 중상을 당해 인근 명지대 병원으로 후송된 김경태(59)씨 역시 중국동포로 확인됐다. 나머지 1명은 다행히 사고 순간 몸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후 1시4분쯤 방화대교 남단 접속 확장공사 현장에서 길이 47m짜리 강교가 10m 아래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중국동포들이 ‘약속의 땅’으로 믿고 찾아온 한국에서 안전사고로 생을 마감하며 ‘눈물의 땅’이 돼버린 사건은 불과 2주 전에도 일어났다.
지난 15일 서울 노량진 배수지의 한강변 상수도관 확장공사 현장 터널 내부에서 공사용 레일 철거 작업을 벌이던 노동자 7명이 폭우로 갑자기 유입된 한강물에 수몰됐다.
실종된 이들은 한 명 한 명 싸늘한 주검이 돼 발견됐고, 이들 중 박명춘(49)씨, 이승철(55)씨, 박웅길(56)씨 등 3명이 중국동포였다.
특히 이 사건은 공사현장의 기본적인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 수십 미터 지하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의 목숨만 수마(水魔)에 의해 집어 삼켜진 ‘인재(人災)’로 밝혀져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처럼 중국동포들의 안전사고 사망 사례가 잇달아 나오는 현상은 그만큼 국내 노동 현장에 중국 국적의 노동자들이 많이 퍼져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88서울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각국의 노동자들 중 중국 국적자의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국내의 ‘3D 기피’ 현상과 맞물려 이들이 한국인들이 꺼려하는 공사현장 등에서 주로 일하게 된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 본부 통계월보(2013년 7월)에 따르면 6월 기준 ‘체류외국인 국적별 현황’에서 중국은 합법체류자 68만1515명(한국계 44만9541명), 불법체류자 6만9693명(1만9535명) 등 총 75만1208명(46만9076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많은 미국이 합법 14만2124명, 불법 3337명 등 14만5461명일 정도로 압도적이다.
중국 동포들이 유난히 공장 등의 제조업 분야가 아닌 건축 공사현장으로 몰린다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필리핀, 베트남 등의 노동자들은 주로 젊은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입국해 2, 3년 계약을 맺고 제조업 분야로 취업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중국동포 노동자들은 가족·친척 단위로 입국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별다른 기술 없이 빨리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공사현장 같은 곳은 중국동포들이 특히 많아지는 것이다. 또 제조업 분야는 단순 작업만 반복적으로 하도록 하면 언어 소통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공사현장은 성격 상 그런 식으로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언어 소통이 가능한 중국동포들이 몰리게 된다.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 곽재석 소장은 “최근 연이어 발생해 주목받고 있을 뿐 공사현장 안전사고로 인한 중국동포 노동자들의 희생은 그동안 계속 발생해 왔다”며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선 이른바 ‘영주권 비자’로 불리는 F4비자 발급이 중국동포들에게도 원활히 허용돼야 한다. 중국동포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과 더불어 그들이 국내에서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쫓기는 마음으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문제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