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설국열차’ 깊게 해석 말라…보편 단순한 영화”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 깊게 해석 말라…보편 단순한 영화”

기사승인 2013-07-31 18: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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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4편의 영화로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우뚝 섰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범인이 잡히지 않은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루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고 ‘괴물’에서는 텅 빈 한강에서 한국의 수도 서울을 덮친 괴물을 만들어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힘없는 엄마를 스릴러의 주인공, 범인을 찾는 프로타고니스트로 기용한 ‘마더’ 등 그의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와 사실적이고 세심한 묘사로 호평받았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의 신작 ‘설국열차’ 역시 많은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영화는 인류가 빙하기를 맞은 후 노아의 방주처럼 남은 생존자들이 칸에 따라 계급이 나뉜 기차에 몸을 싣고, 맨 뒤쪽 칸의 지도자가 폭동을 일으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작비 450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송강호, 고아성 외에 할리우드 스타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등이 출연해 더욱 기대를 높인다.

영화 홍보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봉준호 감독을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개봉을 앞둔 그는 “몸속에 있던 암 덩이가 떨어져 나간 느낌”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 작업 기간까지 포함하면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지만 정작 촬영기간은 채 3달이 되지 않는다. 봉 감독은 “정확히 2달 4주”라고 강조했다.

“2개월 4주간 촬영했어요. 2개월 28일이요. 3개월이라고 하면 섭섭한거죠(웃음). 짧은 기간에 촬영할 수 있었던 건 좋게 말해 합리적으로 촬영했기 때문이고 솔직하게 말하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인거죠. 할리우드 전문 조감독의 현장 컨트롤 안에서 빠듯하게 촬영했어요. 사전 준비 작업에 공을 많이 들였고요.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완성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전작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은 실제하는 배경 혹은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설국열차’는 존재하지 않는 완벽히 새로운 세계를 그린다. 봉 감독은 이 점이 ‘설국열차’의 매력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은 첫 SF영화예요. 추상적인 시공간 안에 들어가 인물을 담아냈죠. 게다가 이 열차는 서지 않고 계속해서 달리는 기차이다 보니 더 특이해요. 현실적인 무언가에서 좌표를 찾기보다는 SF를 통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접근하려고 노력한 작품이에요.”

가진자와 못 가진자의 싸움이 기차라는 공간을 통해 표현된다. 메시지 또한 직선적이기에 일부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아큐파이 운동)를 떠올리기도 한다. 해석하기에 따라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깊은 해석이 아닌 단순하고 통쾌한 느낌으로 영화를 봐달라고 했다.

“사회나 시스템, 세계에 대한 심플하고 추상화적인 해석을 하죠. 기차가 곧 사회인 것처럼. 모든 SF영화는 기본적으로 그런 강렬한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관점으로 우리 영화를 본다면 익숙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SF 영화이니까 더 직선적으로 주제나 메시지를 드러낼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언제 또 이런걸 해보겠어요. ‘마더’ 같은 작품을 찍을 때는 그럴 수는 없으니까요(웃음). ‘설국열차’ 깊고 무겁지 않게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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