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어제(12일)가 말복이었죠. 요즘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저는 어제가 복날인지도 몰랐습니다. 말복까지 지난 상황에서 갑자기 이렇게 복날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제가 복날에 대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자님, ‘강아지 퍽치기’라고 아세요?”
오늘(13일) 오전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에게 전화 걸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다른 궁금한 게 있어서 연락한 건데 이 분이 갑자기 이 얘길 불쑥 꺼낸 겁니다.
‘강아지 퍽치기’라는 표현에서 이미 예상을 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말 그대로 강아지나 개를 기습적으로 혹은 주인에게 타격을 가한 후 낚아채가는 절도 행위를 의미합니다. 지난 중복(7월 23일), 그리고 어제 이 단체로 실제 ‘강아지 퍽치기’를 당했다는 주인들의 제보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중복 날 있었던 사건의 피해자는 춘천에 사는 80대 할아버지라고 합니다. 뻥튀기 장사를 하며 2~3년 간 키운 강아지가 유일한 가족인 이 할아버지는 대한지적공사 건물 앞에서 강아지를 도난당했다고 합니다. 바로 옆에 강아지를 목줄로 묶어 놓았음에도 할아버지가 장사를 하시느라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목줄을 풀어버리고 누군가 훔쳐갔다고 하네요. 안 그래도 귀까지 어두워 강아지가 낑낑거린 소리를 못 들은 것 같다고 합니다.
어제 일어난 사건은 더 어이없습니다. 인천에 사는 40대 여성이 피해자인데요. 역시 강아지를 목줄로 묶은 상태로 동네 산책을 시켜주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후 2시쯤 누군가 뒤에서 이 여성을 확 밀쳐 넘어뜨렸고 고개를 들어보니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강아지를 데리고 달아나고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두 사건의 강아지들이 무조건 ‘보신탕용’으로 잡혀갔을 걸로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둘 다 복날에 일어났다는 점에서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죠.
복날이 다가오면 주인이 없는 유기견이나 주인이 방치해 동네에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 애완견을 가져간다는 얘기는 종종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주인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퍽치기’를 하듯 훔쳐간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 것 같습니다. 제 주변 몇 사람한테도 얘기해주니 다들 그런 건 처음 들어봤다며 놀랍니다.
요즘 때가 때인지라 개고기 판매업자·애호가들과 동물보호단체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팔아야겠다. 먹어야겠다’는 사람들과 ‘팔지 마라. 먹지 마라’라는 사람들. 저도 개고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있지만 이 기사 취지가 그거 논쟁하자는 거 아니니까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말하고 싶은 건 동물은 엄연히 생명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주인에겐 감정을 나누고 즐거움을 주고받고 정을 쌓으며 같이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가족이라는 겁니다. 남의 물건을 훔쳐도 범죄인데 생명을 가진 남의 가족을 훔친 겁니다. 개고기를 먹어도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이 사실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개고기 판매업자들은 때만 되면 피켓 들고 찾아오는 동물보호단체 사람들에게 왜 우릴 나쁘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느냐며 나름의 이유로 항변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짓 하는 판매업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그런 항변을 할 자격도 없습니다. 나쁘고 이상한 사람 맞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경찰 분들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피해자 모두 경찰에 신고했다고 하는데요. 두 분 다 막연히 ‘사람도 아니고 강아지 한 마리 없어진 걸 경찰이 제대로 수사해주겠느냐’고 걱정한다고 합니다. 강아지는 못 구한다 해도 범인은 꼭 잡아주세요. 못 잡더라도 인근 CCTV도 확인해주시고 할 수 있는 한 성의껏 수사해주세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생명’이니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뉴스룸 트위터, 친절한 쿡기자 ☞ twitter.com/@kukinewsr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