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한·일 사이버전쟁’은 왜 잠잠해졌나

광복절 ‘한·일 사이버전쟁’은 왜 잠잠해졌나

기사승인 2013-08-15 09:21:01

[쿠키 IT] 한국과 일본 네티즌들 간의 사이버 전쟁이 잠잠하다. ‘한·일 사이버전’은 수 만 여명의 양국 네티즌이 동시에 F5 키를 연타하거나, 공격용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설치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해 상대방 사이트를 다운시키는 방식으로 행해져 왔다.

이는 3·1절, 광복절 등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기념일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던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올해 일본 정치권 인사들의 ‘위안부 망언’ 등으로 양국 네티즌의 감정이 대립될 ‘명분’은 충분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키보드를 두들기지 않는다.

그동안 우익 성향 일본 네티즌들의 표적이 돼 온 반크(www.prkorea.com), 독도수호대(www.tokdo.co.kr), 사이버독도닷컴(www.cybertokdo.com) 등은 15일 새벽 정상 접속됐다.

우리 네티즌들이 집중 공격해 온 일본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2ch’도 조용하긴 마찬가지다. 이 사이트는 우익 성향의 일본 네티즌들이 많이 몰리면서 한국 비하글이 많이 올라오기로 유명하다.

매년 때만 되면 불꽃 튀던 전쟁이 ‘휴전’ 상태로 들어선 데는 이 공격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이들의 인식 전환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공격 상황이나 개시 시점, 방법 등을 알리며 국내 네티즌 공격의 구심점 노릇을 하던 인터넷 카페 ‘넷테러대응연합(넷대연)’은 사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던 2011년부터 공격계획을 취소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당시 2ch의 일본 네티즌이 “우리 서버가 (한국 네티즌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는다면 성금을 모아 복구하고 남은 돈은 기부 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자칫하면 한국 네티즌만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레 네티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고,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 ‘차라리 독도 홍보에 더욱 힘을 쓰자’라는 등의 의견이 나오면서 한·일 사이버 전쟁은 오히려 냉소의 대상이 돼 갔다.

넷대연은 올해 1월 6일 “일본과의 사이버 대전은 대부분 한국 쪽에서 리드해 왔다. 우리의 희열감은 만족됐을지 몰라도 대외적인 시선이 항상 좋게 끝난 것만은 아니었다”는 공지를 올려 사이버 전쟁에 대한 회의감을 분명하게 나타냈다.

넷대연은 올해 4월 이후로 새로운 공지도 올라오지 않을 정도로 카페 활동도 조용하다. 일본 네티즌들의 공격이 있을 경우 다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사이버 보안 기관들은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 광복절을 전후로 ‘반크’ 등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이트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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