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이 간부들에게 주민의 정치적 생명과 관련된 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18일 보도했다.
이 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계간 학술지 '사회과학원 학보' 최근호(2013년 5월15일 발행)는 '민심을 틀어쥐고 사람과의 사업을 잘하는 것은 당과 대중의 혼연일체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담보'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람들의 정치적 생명과 관련되는 문제를 신중하게 대하지 않고 실무적으로 대하거나 똑똑히 알아보지 않고 즉흥적으로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생활 문제를 함부로 처리할 경우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당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주민들이 당과 수령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도록 애로와 고충을 헤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간부들이 주민들에게 함부로 정치적인 죄를 씌우거나 그런 이유를 내세워 출당과 추방, 좌천 등 처벌을 남발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강력한 1인 지배체제 유지를 위해 사소한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도 무자비한 처벌을 가하거나 간부들이 개인적 감정으로 정치적 처벌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민심을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바로 다음달인 작년 1월엔 김정은 체제 출범의 중요한 조치 중 하나로 유죄판결을 받은 주민에게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대사(大赦)'(대사면)를 실시한다고 전격 밝혔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1월 주민들의 정치생활을 담당한 말단 당조직 책임자인 당 세포비서들을 모아 놓고 주민들이 당의 정책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체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대사면을 실시했다고 직접 설명했다. 이어 "엄중한 과오나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해도 그에게 단 1%의 좋은 점이 있다면 대담하게 믿고 포섭해 재생의 길로 이끌어줘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제1위원장은 또 지난달에는 "조국이 겪는 시련을 외면하고 잘못된 인생길에 들어섰다가 재생의 길에 들어섰다"는 함경남도 금야군의 고금성·차효심 신혼부부에게 결혼 축하 친필편지를 보내 직접 시범을 보였다. 그는 이들을 포용해 '재생의 길'로 이끈 소속 당비서에게도 직접 고맙다는 친필을 보내 격려했다. 재입북한 탈북자들에 '관대한 처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김정은 체제에서는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고 민심을 잡아 대중적 지지 기반을 넓히고 취약한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속내로 보인다고 이 통신은 분석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