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DJ 4주기 추도식장에 나란히 앉아 인사>
[친절한 쿡기자]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8일 오전 10시 국립현충원에서 가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문 의원이 모처럼 정치무대에 나타난 것은 물론이고 두 사람이 조우한 것은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문 의원은 작심발언하면서 치고 빠지는 모습이, 안 의원은 줄행랑을 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달 보름 만에 입연 문재인, “민주당과 마음 함께 한다…혹여 도움 되지 않을까봐 (그동안) 불참”>
문 의원은 한달 보름여 만인 이날 오전 9시30분쯤 도착했습니다. 그는 “오늘 김대중 대통령 추도식에 왔으니까 그 소감을 먼저 말씀드리겠다”며 기자들에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문 의원이 중앙무대에 모습을 드러내 '육성'으로 현안을 언급한 것은 지난달 2일 남북정상회담 관련자료 제출 요구안의 국회 처리 당시 본회의에 참석한 이후 처음입니다.
먼저 그는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할 때 중앙정보부에 의해 납치돼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고 대선 때마다 정보기관의 북풍공작, 색깔공작에 늘 시달렸다”며 “그러면서 평생을 그렇게 노력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는데. 지금 국가정보원의 상황을 보면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할 때 상황으로 되돌아간 거 같아서 정말 참담하기도 하고 김대중 대통령께 면목이 없는 심정”이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그는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 지금 폭염 속에서도 촛불집회를 하고 계시는 시민들, 장외투쟁 하고 있는 민주당의 당원 동지들께 무한한 고마움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며 “그분들의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지지하고 마음을 함께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장외투쟁에 함께 참여하지 못한 것은 생각이 달라서가 아니라 지난번 대선 때 후보였기 때문에 제가 직접 참석하는 것이 혹여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그분들의 노력에 부담이 될까 염려해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상황을 풀 수 있는 분은 박근혜 대통령 밖에 없다”며 "박 대통령이 지금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지난 번 대선 때 있었던 대선 개입과 NLL 공작에 대해 제대로 진상 규명하고 책임을 엄중하고 묻고 그것을 통해 국정원 바로 세우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 일을 하시는 것이 박 대통령의 책무”라며 “박 대통령께서 김한길 대표와 회담, 담판을 통해 문제를 하루빨리 풀어주길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대표가 주장한 단독회담이 맞장구를 쳐준 것이죠.
이처럼 박 대통령에게 날선 비판을 가하고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작심발언을 날렸지만 문 의원 발언의 방점은 자신이 언급한 대로 ‘대선후보였기 때문에 부담이 될까봐’ 민주당의 장외투쟁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겠다는데 있는 것같습니다.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로 비유되기 때문에 속단할 일은 아니지만 추도식을 마친 문 의원은 부산으로 다시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의 표현대로 폭염 속에서 고생하는 민주당원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부산으로 떠난 문 의원을 어떻게 바라볼지 조금은 짐작이 갑니다.
<문재인 옆에 앉은 안철수, “하루 세 번씩 셔츠 갈아입고 참 고생 많다”…시민들, “안 의원, 서울광장 가세요” 봉변>
추도식이 진행되는 동안 안 의원은 문 의원 옆에 앉아있었습니다. 그걸 기자들이 놓칠 리 없죠. 현충관 행사를 끝내고 묘역으로 가는 길에 기자들이 문 의원과 어떤 얘기를 나누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안 의원은 “언제 올라오셨냐. 천막당사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하루에도 와이셔츠를 세 번씩 갈아입으신다고 들었는데 참으로 고생이 많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습니다. 묘역을 나오는 길에는 최장집 교수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제가 잘 못 모셨나 봅니다”라고 짧게 한마디 했습니다. 문재인 의원과 나눈 대화 내용을 추가로 묻자 “묘지에선 좀 그렇구요. 국회 가서 하시죠”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렇지만 안 의원은 국회로 향하지 않고 “요즘 끼니때마다 (민행행보하느라) 바빠서”라며 다음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이때 옆에 있는 시민들이 안 의원에게 “서울광장 가세요”라고 외쳐댔습니다. 올 여름 들어 안팎으로 되는 일이 없어 보이는 안 의원의 샌드위치 신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같습니다.
때론 장맛비로, 때론 폭염으로 돌변하는 2013년 여름 정국이 고개숙인 두 정치인에게는 그 어느때보다 가혹한 형벌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민심이 선택을 강요하고 있으니 죽을 맛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나고 보면 '이 또한 잊혀질 民心'이 되고 말테지만 말입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