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녀 상속차별은 위헌’ 결정에 “일본사회 무너진다” 반발 거세

‘혼외자녀 상속차별은 위헌’ 결정에 “일본사회 무너진다” 반발 거세

기사승인 2013-09-06 17:31:01
[쿠키 지구촌] 혼외자녀에 대한 상속 차별은 위헌이라는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보수 성향 네티즌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현지 인터넷매체 제이캐스트가 6일 보도했다.

지난 4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혼외자녀의 상속액을 혼인 중에 낳은 자녀의 절반으로 규정한 민법 규정이 합헌인지가 쟁점인 2건의 유산분할소송 특별항고심에서 재판관 14명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 이유에 대해 “민법의 혼외자녀 상속 차별 조문은 ‘법 아래 평등하다’고 규정한 헌법에 배치되며, 해외에서도 차별 철폐가 대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2건의 소송은 모두 남성이 사망한 뒤 본처의 자식과 내연녀의 자식 사이에서 벌어진 상속액 분쟁 건이다. 이중 1건을 제기한 와카야마현의 42세 여성은 “아버지와 같은 집에서 살아왔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본처 소생들이 받은 유산의 절반 밖에 받지 못했다”면서 “내 가치가 절반이 아님을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지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이번 위헌 결정을 환영했지만, 인터넷과 SNS에선 “혼외자녀와 적출자(嫡出子)의 유산 상속이 평등하게 되면 결혼제도와 일본 사회가 파괴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고 제이캐스트는 전했다. 남편이 죽어 비탄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남편이 숨겨둔 자식입니다. 재산의 절반을 보내주세요”라는 요구가 오면 다 들어줘야 하느냐는 반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바람피우게 아이를 만든 외국인 여자의 계략이다”, “일본을 붕괴시키려는 중국과 한국의 음모다”라는 식의 억지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일본 법무성은 이미 혼외자녀에 대한 상속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민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한국도 과거엔 혼외자녀의 상속 차별을 정당화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1990년 민법 개정 때 사라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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