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회복 움직임에도 전세난은 가중

부동산 시장 회복 움직임에도 전세난은 가중

기사승인 2013-09-17 13:10:01
[쿠키 경제] 8·28 전·월세 대책 발표 후 매매 시장이 일부 꿈틀대고 있지만 전세 가격은 쉽게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돼 전세난이 완화될 것이라는 정부 기대와 달리 매매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반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가을 이사철이 겹치는 등의 이유로 전세 수요 자체가 크게 줄지 않은데다 공급 역시 전세난을 완화시킬 정도로 늘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17일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8·28 전·월세 대책 발표 후에도 전세 가격 상승은 지속됐다. 대책 발표 전인 8월 26일 기준 전세가격은 전국적으로 전주에 비해 0.24% 올랐지만 대책 발표 후인 지난 2일의 전세가격 상승률은 0.28%로 전주보다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다. 지난 9일 기준 전세가격 상승률도 0.28%로 전주에 비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이 70%를 초과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8월 말 기준 전세가율은 평균 64.5%로 전월에 비해 0.5% 포인트 상승했다. 2003년 4월 64.8% 이후 10년만에 최고치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76.8%), 대구(74.2%), 울산(72.2%)의 전세가율이 70%를 넘었다.

서울은 58.1%로 지방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2002년 9월 58.7%를 기록한 후 가장 높다. 2009년 2월 38.2%의 전세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0% 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경기도 전세가율은 60.1%로 전월에 비해 0.8% 포인트 오르며 60%를 돌파했다.

서울·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반전했지만 전세난이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가중되는 것은 우선 전세 수요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28 전·월세 대책 발표 후 급매물이 소화되며 호가가 오르긴 했지만 아직까지 전세 수요의 매매 수요로의 전환 움직임은 크지 않다. 더구나 호가가 뛰면서 주택 매수를 고려했던 수요자들 역시 ‘일단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아섰다.

근본적으로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매수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대외 경제 여건이나 국내 경기 환경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이 좋아진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며 “2005~2006년처럼 집값이 계속 오른다거나 소득이 상승하면 집을 사겠지만 지금은 그런 확신을 줄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여기에 가을 이사철이 겹치면서 전세 수요 감소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수요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이 늘지 않는 것도 전세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사철임에도 기존 전세 계약자들이 눌러 앉는 경우가 많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 역시 늘고 있다. 또 전셋값 상승에 따른 ‘깡통 전세’ 우려로 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없는 안전한 전세를 찾는 것도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입주물량을 갑자기 늘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세 수요 자체가 전세 시장의 특성상 단기간에 쉽게 조절이 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공급 역시 갑자기 늘어날 수 없어 전세난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세난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조 팀장은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전세가격 상승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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