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대구 마왕’ vs ‘서울 보스’
올해 프로야구 가을잔치 구도는 이 한마디로 정리될 수 있다. 사상 첫 정규리그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대구 마왕’ 삼성라이온스가 2위 LG트윈스, 4위 두산베어스(이상 잠실), 3위 넥센히어로즈(목동) 중 한팀이 될 ‘서울 보스’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 해보다 극적이었던 2013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를 시작으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준플레이오프는 두 팀 모두 분위기가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에서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다.
두산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기선제압을 해놓고도 허탈하게 역전패를 당했다.
2회 터진 홍성흔과 이원석의 백투백홈런(두 타자 연속 홈런)이 터지며 극적인 2위의 주인공이 되는 듯 했지만 이후 번번이 추가점 찬스를 놓치다 6회 난타를 허용해 2대5로 경기를 내줬다. 선전을 펼쳤지만 2% 부족했고, 그 탓에 딱 한 이닝을 막지 못해 다 잡은 것 같았던 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을 넘겨준 셈이다.
넥센의 표정도 그다지 밝진 못하다.
넥센은 5일 LG와 두산의 결과에 상관없이 이기기만 하면 무조건 2위였다. 상대가 올 시즌 상대전적 10승 6패로 앞선 ‘꼴찌’ 한화라는 점, 전날 KIA전에서도 8대3으로 완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넥센의 패배를 예상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넥센 내부에서도 승리를 낙관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넥센 타선은 한화의 ‘외국인 에이스’ 바티스타에게 철저히 봉쇄당하며 연신 헛방망이만 휘둘렀고, 고작 1점만 내는데 그치며 1대2로 고개를 숙였다. 이날 12개의 삼진을 잡으며 넥센 덕아웃을 ‘피눈물 바다’로 만들어 버린 바티스타는 ‘본의 아니게’ LG팬들의 영웅이 됐다.
올 시즌 두산과 넥센의 상대전적은 9승 7패로 넥센이 근소하게 앞선다. ‘거포’ 박병호가 ‘두산 킬러’라는 점도 넥센에겐 호재다. 2011년 7월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박병호는 2년 반 동안 두산 상대 42경기 4할1푼3리 10홈런 35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두산은 포스트시즌을 숱하게 경험한 ‘베테랑’이고 넥센은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초짜’다.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은 숫자로만 표현되는 기록보다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이 더욱 위력적일 수 있다.
‘서울 보스 예선’을 통과한 승자는 16일부터 잠실구장에서 LG트윈스와 ‘결선’을 치른다.
LG는 두산과 8승8패로 호각세, 넥센에 5승11패로 절대 열세다. 단순히 상대전적만 놓고 보면 두산이 넥센을 제치고 올라오기를 바랄 수도 있다.
하지만 LG는 정규리그 막판 2위 싸움을 벌인 세 팀 중 가장 분위기가 안 좋았다가 드라마처럼 2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무서울 것 없는 LG와 준PO 승리의 기세를 업은 두산 혹은 넥센의 PO는 어느 팀이 올라오든 최고의 명승부가 예상된다.
그리고 이렇게 산전수전 다 겪어가며 올라온 ‘서울 보스’와 혈투를 느긋하게 내려다보며 기다린 ‘대구 마왕’은 24일부터 대구구장에서 대망의 한국시리즈를 시작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