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 다리와 바꾼 교통사고 보상금 3억원, 동양사태로 다 잃을 판”

“내 두 다리와 바꾼 교통사고 보상금 3억원, 동양사태로 다 잃을 판”

기사승인 2013-10-09 13:38:01
[쿠키 경제] 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동양그룹 사태로 ‘자신의 두 다리와 바꾼 돈’이 다 없어지게 됐다는 한 여성 투자자 A씨의 사연을 전했다.

남편 없이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A씨는 “(이번 사태로 없어질지도 모르는 돈은) 3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단하고 보상으로 받은 3억원”이라며 “도박에 빠져 처자식을 버리고 연락도 되지 않는 남편 때문에 제가 의지할 곳은 어린 아이들과 앞으로 살아갈 유일한 위안이자 버팀목인 돈 3억원이 전부이다. 그런데 그 돈이 이제 없어지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입 당시) 동양 계열 어떤 회사에 어떻게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없이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했는데 알고 보니 가장 위험한 (동양) 인터내셔널이었다”고 말했다.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레저와 함께 자금난으로 기업어음(CP)을 집중적으로 발행, 이번 동양 사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가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곳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 6개월 간 ‘돈줄’ 노릇을 한 동양파이낸셜대부가 다른 계열사들에 빌려준 돈은 총 1조5621억원으로 전체(1조7123억원)의 91.2%에 달하며, 이 중 동양레저(7771억원), 동양인터내셔널(5809억원)에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자금 지원이 집중됐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금융감독원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하면서 계열사간 불법자금 거래 혐의가 있다고 지목한 곳이기도 하다.

A씨가 밝힌 가입 상품은 올해 4월 가입한 동양뉴리더CP4496호(2014년 2월 11일 만기)와 8월 가입한 동양MY-W 전자단기사채신탁 3057호(올해 11월 20일 만기)다.

A씨는 “죽고 싶은 생각에 약을 몇 번 먹으려다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고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뎠지만 너무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편 금감원에 접수된 동양그룹 관련 불완전판매 민원은 8일까지 1만497건에 달했다.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를 산 개인 투자자는 4만9561명으로 5명 중 1명 이상이 불완전판매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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