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4대 중독’ 논란 계기로 돌아본 朴정부 ‘게임 행보’…“미치고 환장할 노릇”

[친절한 쿡기자] ‘4대 중독’ 논란 계기로 돌아본 朴정부 ‘게임 행보’…“미치고 환장할 노릇”

기사승인 2013-10-14 14:49:01


[친절한 쿡기자] “이 나라에 만연된 이른바 4대 중독, 즉 알콜, 마약 그리고 도박, 게임중독에서 괴로워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이해,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합니다.”

황우여(사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밝힌 이 한마디는 곧바로 게임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야당도 아닌 여당 대표가 현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게임을 한방에 ‘중독 산업’으로 깎아내려 버렸으니 업계 입장에서 ‘멘붕’이 올만도 합니다.

오죽하면 같은 당 소속 의원인 남경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구 게임산업협회) 회장이 10일 업계 관계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게임을 4대 중독에 포함시킨다니) 이해를 못 하겠다”며 반기를 들었고, 게임개발자연대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사과하라”며 대놓고 날을 세웠습니다.

사실 박근혜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갈팡질팡’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번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게임업계가 성명서까지 내가며 분노하는 것도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는 뜻이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4대 중독’ 발언 논란을 계기로 박근혜정부의 ‘게임 행보’를 돌아봤습니다.

2012년 4월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8월 22일)되기 4개월 전인 지난해 4월 경실련 정책 선거 도우미 채널을 통해 “모바일 셧다운제는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심야시간의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는 업계에서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제1 요소로 꼽고 있는 제도입니다. 게임산업에 대해 지원이나 육성보다는 규제 대상이라는 시각에 가까운 발언이었습니다.

2012년 11월

대선 후보 확정 후 약 3개월이 흐른 지난해 11월 9일 박 대통령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2’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대선 후보가 게임 행사를 방문한 것 자체로 상당히 신선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 자리에서 당시 박 후보는 “게임 산업은 미래 문화산업의 성장 동력”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지원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을 바라보는 눈이 7개월 전과는 사뭇 달라진 겁니다.

근데 이날 ‘촌극 아닌 촌극’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박 후보는 ‘인디게임아이디어 대회’ 은상 수상작인 ‘월리폴라’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모교 후배’인 서강대 재학생이자 게임개발자인 김현우(24)씨가 게임 설명을 하며 셧다운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자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합니다. 박 후보는 “여러 가지 생각할 부분이 많다”고 즉답을 피했고, 김씨가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자 “시행이 되고 있는 제도이니 잘 검토 해보겠다, 생각보다 게임이 어렵다”면서 부스를 떠났습니다. 박 후보가 자리를 뜬 후 기자들의 질문에 김씨가 한 말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였습니다.

2012년 12월

제18대 대선 다음날인 20일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등 게임주가 일제히 폭락했습니다. 1개월 전 게임 행사장까지 찾아가 지원을 약속했지만 기대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던 겁니다.

2013년 1월

8일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 등 친박계 의원 17명이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들의 핵심 골자는 셧다운제 시간을 확대하고 게임업체 매출의 1%를 인터넷게임중독기금으로 징수한다는 것입니다. 후보 시절부터 게임산업 지원을 거론한 박 대통령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업계에서는 “사업을 하란 소리냐 말란 소리냐”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2013년 6월

5일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들고 좋은 일자리 창출로 연결한다는 취지의 ‘창조경제 실현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여기서 박근혜정부는 게임을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캐릭터, 뮤지컬 등과 함께 ‘5대 킬러 콘텐츠’로 정했습니다. 게임이 명실상부한 국가적 차원의 육성 대상으로 공표된 겁니다.

2013년 6월

박 대통령은 27일부터 30일까지 2박3일 간 중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이때 사상최대 규모였던 경제사절단 중 눈에 띄는 인물 중 1명이 게임업체인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사장이었습니다. 대통령의 해외 국빈 방문에 게임업체 대표가 동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업계에서는 게임의 산업적 가치를 이제야 제대로 조명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올 만도 했습니다.

2013년 10월

7일 난데없이 여당 대표의 ‘4대 중독’ 발언이 나왔습니다. 게임은 현 정부 경제기조의 핵심 중 하나로 집중 육성 대상이면서도 도박, 마약, 알코올과 함께 개인과 가정을 고통스럽게 하고 ‘묻지마 살인’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하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됐습니다. 업계에서는 “또 이럴 줄 알았다”는 체념의 목소리마저 흘러 나왔습니다.

이날 기자와 수년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피식 웃으며 “보고 있자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뭐”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했습니다. 이렇게 박근혜정부의 ‘게임 행보’를 시작부터 쭉 돌아보니 이 말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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