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야구 암표? 1회에 경찰서 보내면 4회에 다시 와 있어요”

[친절한 쿡기자] “야구 암표? 1회에 경찰서 보내면 4회에 다시 와 있어요”

기사승인 2013-10-17 15:17:01

[친절한 쿡기자] “도대체 암표 왜 내버려 둡니까.” “혹시 KBO하고 손잡고 있는 거 아니에요.”

인터넷에서 포털 댓글란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프로야구 티켓 암표 행위에 대한 네티즌들의 불만입니다.

하긴 기자도 이상했습니다. 잠실구장 주변에는 ‘암표는 팔지도 말고 사지도 맙시다’라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어 있습니다. 기막힌 건 잠실야구장을 오면 그 현수막 바로 아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지금 가봐야 매진이야. 나한테 사” “어디 앉고 싶은데, 어디?”라며 암표 행위를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겁니다. 저렇게 대놓고 하는데 왜 단속이 안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열렸던 16일 취재차 찾은 잠실구장 중앙출입구 앞에서 우연히 구장 경호요원 1명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기자가 암표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그 요원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증거 잡아서 1회 시작할 때쯤 경찰서 보내놓으면 4회에 다시 와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어보니 “암표 행위가 위법이라고 해봐야 경범죄잖아요. 단속해봐야 전부 훈방 아니면 벌금 몇 만원 내게 하고 그냥 내보내요. 사람들은 우리가 안 잡는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니까요”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요원의 말은 단속을 안 하는 게 아니라 해도 금방 다시 나와 야구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으니까 대중들이 보기엔 아예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현장에서 매일 부딪히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결국 암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처벌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암표 행위와 그것을 방치하는 건 어찌 보면 팬들을 향한 ‘모욕’이고 팬들에 대한 ‘무시’라는 것이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팬들은 1년 내내 박수치고 소리치며 응원을 보내준 소중한 존재입니다. 왜 이런 팬들이 공정한 판매 조건에서 제값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적게는 1만~2만원, 많게는 수십만 원씩 ‘웃돈’을 줘가며, 마치 ‘제발 좀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하듯 경기장에 와야 합니까. 이게 팬에 대한 모욕이 아니고 무시가 아니면 뭡니까.

단순히 현장에서 잡아내는 것으로 부족하다면 구단들이나 협회 차원에서 더욱 조직적인 목소리라도 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마다 경기장 가득 메우며 열화와 같은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에게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1차전이 열린 16일에는 암표 행위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경찰들이 쫙 깔려 주변을 순찰했기 때문입니다.

17일 2차전 시작을 앞두고 잠실구장을 다시 찾은 저는 지금 막 물 한 병 사려고 편의점에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한 아저씨가 뒤에서 쓱 다가오더니 중얼대는 듯한 목소리로 “암표, 암표”하더군요.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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