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리즈 던질 때 보면”…‘현실’이 된 김현수의 ‘농담’

[플레이오프] “리즈 던질 때 보면”…‘현실’이 된 김현수의 ‘농담’

기사승인 2013-10-18 17:05:01

[쿠키 스포츠]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2차전의 ‘히어로’ 레다메스 리즈(30)에 대한 팬들의 열광이 식지 않고 있다.

리즈는 17일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의 PO 2차전에서 8이닝 1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이라는 ‘괴물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사실 1피안타도 3루수 정성훈의 아쉬운 수비가 원인이 된 내야안타였다. 그의 투구는 단순히 화제를 넘어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다. 리즈의 호투 속에 담긴 좀 더 구체적인 화제 포인트를 되짚어 봤다.

“솔직히 무서울 때가 있어요”

2차전이 열리기 몇 시간 전 잠실구장에서 연습을 하던 두산 ‘타격 기계’ 김현수는 기자들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당연히 LG 선발투수인 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김현수는 거의 공포감 수준의 ‘리즈 포비아’를 토로했다.

“솔직히 리즈가 나온 날 타석에 서면 무서울 때가 있다. 던지는 순간에 이를 악 무는 표정이 보인다. 그만큼 공 하나 하나 던질 때마다 자신의 온 힘을 모은다는 뜻이다. 안 그래도 공이 빠른 선수라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그런 표정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속으로 ‘어, 어’ 할 때가 있다.”

김현수는 리즈 때문에 두산이 힘든 경기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리즈가 메이저리그 왜 안 가는지 모르겠다. 던지려고 팔을 든 걸 보는 순간에 이미 포수 글러브에 공이 들어와 있다. 오늘 리즈가 영점이 잡힌다면 좀 힘든 경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진지한 어조는 아니었다. 기자들과 웃으면서 밝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농담’에 가까운 말이었다.

김현수는 오히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리즈를 상대로 11타수 4안타(1홈런)로 타율 0.364에 5타점을 기록했다. 리즈에게 자신감이 있었으면 있었지 두려워 할 김현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김현수의 ‘농담’은 ‘현실’이 됐다. 김현수는 리즈를 상대로 3타수 무안타 삼진만 2개를 당했다.

8이닝 던지면서 직구 ‘최저’ 구속이 149km…사람이야?

리즈는 2010년 한국 무대에 입성했을 때부터 ‘강속구 투수’로 주목을 끌었다. 따라서 그가 가장 자신감을 갖는 구종이 직구라는 건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17일 보여준 리즈의 직구 위력은 아무리 리즈라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리즈는 8이닝을 책임지며 총 107개의 공을 던졌다. 그 중 직구를 73개 던졌다. 비율은 68.2%. 스트라이크가 53개, 볼이 20개였다. 리즈는 직구가 주무기이기 때문에 여기까진 놀라울 게 없다. 하지만 구속을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리즈가 기록한 직구 최고 구속은 160km, 최저 구속이 149km였다.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면서 가장 느렸던 직구 구속이 150km에 육박했다.

네티즌들은 “7, 8회에도 150km 중반의 속도가 찍히는 걸 보고 정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는 찬사를 쏟아냈다. 리즈는 3개를 던진 포크볼(타자 앞에서 수직에 가까운 큰 각도로 떨어지는 구종)도 최고 구속 144km, 최저 141km를 찍었다. 웬만한 투수들 직구 속도다.

예전 기록? 그거 그냥 숫자야

리즈의 활약이 더 대단해 보이는 건 올 시즌 정규리그 두산 전 성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리즈는 정규리그에서 두산을 상대해 1승 3패를 기록했다. 리즈가 등판할 때마다 타자들의 득점 지원이 빈약했던 탓도 있지만 평균자책점이 4.87로 시즌 기록(3.06)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안 그래도 한국 무대 첫 가을야구 등판이어서 긴장되는 마당에 전날 승리로 사기가 올라 있는 두산에 상대 전적까지 안 좋아 위축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심리적 불리함을 순전히 자신의 담력과 구위로 극복해 낸 것이다. 이날 LG타선은 8이닝 동안 7회를 제외한 모든 이닝에서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내보냈지만 2득점에 그쳤다. 잔루가 무려 12개였다.

의미심장 발언…메이저리그 재도전?

경기가 끝난 후 리즈의 발언도 화제다.

리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에 와 메이저리그에 돌아가도 될 정도로 기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만족감에 대한 표현일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뼈가 있는’ 말이다.

도미니카 출신인 리즈는 2003년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하며 미국 무대를 처음 밟았다. 2007년 메이저리그로 콜업돼 9경기(4선발) 출전 2패 평균자책점 6.93을 기록했다. 이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볼티모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리즈는 17경기(17선발·84⅓이닝) 동안 6승6패 평균자책점 6.72라는 평범한 기록을 남겼다. 이듬해 메이저리그 잔류에 실패한 리즈는 2011년 LG에 입단했다.

리즈의 나이는 올해 30세다. 메이저리그는 기량만 된다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무대다. 30대의 나이가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37세 나이로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임창용이다. 이제 팬들의 눈은 리즈를 내년에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볼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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