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두산이 긴장한 LG를 플레이오프(PO) 전적 3승 1패로 누르고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두산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PO 4차전에서 LG를 5-1로 눌렀다.
LG는 초반부터 또 지긋지긋한 ‘실책 악몽’으로 선취점을 내줬다.
두산은 2회말 1사 후 이원석과 오재원이 각각 빗맞은 우전안타와 좌전안타로 1,2루 득점 기회를 잡았다. LG선발 우규민은 임재철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PO 내내 ‘구멍’인 내야 수비가 또 투수를 도와주지 못했다.
최재훈의 평범한 1루 선상 땅볼을 LG 1루수 김용의가 놓치고 말았고, 그 사이 2루 주자 이원석이 홈을 밟았다. 최재훈이 발이 그리 빠르지 않은 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하게 짧은 바운드로 처리하려던 김용의의 성급함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2회, 4회, 6회 주자를 득점권 찬스에 내보내고도 적시타가 나오지 않으며 끌려가던 LG는 7회초 박용택이 일을 냈다.
윤요섭의 좌전안타로 나온 1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용택은 유희관의 초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쳐 좌중간 2루타를 터뜨렸다. 대주자 이대형이 홈을 밟으면서 동점이 됐다.
하지만 LG는 다시 실책을 저지르며 분위기를 스스로 망가뜨렸다.
7회말 두산 공격 1사 1,2루 상황에서 포수 현재윤이 투수 이상열의 공을 놓쳐 1사 2,3루가 됐다. 공식적인 기록은 이상열의 폭투였지만 사실상 현재윤의 실책이었다. 이어 이종욱의 우익수 뜬공으로 3루 주자인 대주자 민병헌이 홈을 밟았다. 실책이 없었다면 주지 않았을 점수였다.
자신들은 천신만고 끝에 점수를 내고 상대팀에게는 너무 쉽게 점수를 허용하자 LG는 완전히 힘이 빠져버렸다.
8회말 막판 반격을 위해 투입한 마무리 봉중근이 최준석에 우측 1점 홈런, 오재일에 3루타 등을 내주며 무너졌다. 더구나 또 중견수 박용택이 펜스 맞고 나온 공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해 오재일은 홈까지 통과했다. 사실상 경기 끝이었다. LG는 봉중근이 오재원에게 3루타까지 내줬고, 바뀐 투수 이동현이 민병헌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1점을 더 내준 후 겨우 이닝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양팀의 선발 투수는 모두 호투했다.
두산 유희관(사진)은 7이닝을 6피안타 3볼넷 1실점, LG 우규민은 6.1이닝을 4피안타 1볼넷 2몸에맞는볼 1실점으로 막았다.
모든 조건이 앞섰던 LG에겐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는 긴장과 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두고 두고 아쉬운, 준PO 역스윕의 기적을 만들며 올라와 체력 등 모든 게 불리했던 두산은 투혼이 빛났던 2013년 PO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