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2명만 터져도…”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하일성 KBS N 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4차전이 열린 28일 삼성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을 목욕탕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밝혔다. 여기에 따르면 류 감독은 마음고생이 심하겠다며 걱정하는 하 위원에게 “두 명만 터져도 쉽게 갈 수 있는 경기인데 그게 안되네요”라고 하소연을 했다.
그만큼 류 감독을 속 터지게 만들던 삼성의 중심타선이었다.
삼성은 4차전까지 제 몫을 해낸 중심타자라고는 4번 타자 최형우 밖에 없었다. 최형우는 15타수 5안타로 타율 0.333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다.
문제는 나머지였다. 정규시즌 상대팀 투수들을 떨게 만들던 박한이(0.100), 채태인(0.235), 박석민(0.286), 이승엽(0.133)은 그야말로 ‘만만한 타선’이 돼 버렸다.
삼성의 중심타선을 박한이,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 이승엽 5명이라고 할 때 류 감독은 전부도 아닌 2명만 터져주면 된다고 기대했지만 그게 안 됐던 것이다.
4차전까지 이 5명의 평균 타율은 0.217. 3할을 넘긴 최형우 1명 때문에 겨우 2할을 넘긴 수준이다.
하지만 29일 열린 5차전에서는 중심타선이 모조리 ‘밥값’을 하며 류 감독의 걱정을 한 방에 날려줬다.
삼성은 1회초 2사 후 터진 채태인의 좌월 솔로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최형우, 이승엽, 박석민이 연속 3안타를 터뜨리며 2사 후 3점을 뽑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삼성의 유일한 ‘중심타자다운’ 중심타자였던 최형우는 3회 좌측 담장을 넘기며 한국시리즈 들어 첫 홈런 맛을 보기도 했다. 이날 최형우는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6번으로 밀린 박석민은 4-4로 맞선 5회에는 2사 1,2루에 중전 적시타를 때렸다. 이날 박석민은 2타수 2안타에 3볼넷을 골라 100% 출루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승부는 박한이가 결정을 냈다.
앞선 4번의 타석에서 모두 범타와 삼진으로 물러난 2사 1,3루에서 2타점짜리 결승 우전 적시타를 때렸다. 박한이는 1루에서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그동안의 답답함을 날려 버렸다.
중심타선이 제자리를 찾은 삼성은 이날 두산의 끈질긴 추격에도 7-5로 승리했다. 이들이 5차전처럼만 해준다면 삼성의 대역전 드라마는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