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마지막입니다. 단 한 판으로 끝나는 벼랑 끝 승부입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으로 떠나는 막차에 올라타기 위한 마지막 16개국의 도전에서 12개국의 운명이 20일 새벽(한국시간)에 모두 가려집니다.
12개국의 6경기에서 첫 경기가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1시, 마지막 경기가 종료되는 시간은 오전 7시쯤입니다. 우리가 잠자리에서 눈을 감았다 뜨면 6개국은 웃고 다른 6개국은 울고 있겠죠. 물론 열혈 축구팬에게는 지구촌 각국에서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 될 겁니다.
오전 1시 첫판은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열리는 이집트와 가나의 아프리카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입니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가장 많은 우승(7회)을 차지한 대륙의 강호입니다. 하지만 본선 진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는군요. 가나는 지난달 16일 1차전 홈경기에서 이집트를 6대 1로 격파했습니다. 이집트가 승부를 뒤집기 위해서는 최소한 5대 0으로 이겨야 합니다. 가나에 한 골을 허용할 때마다 두 골씩 더 넣어야 합니다. 단언컨대 가나는 이날 새벽 월드컵 본선행 막차에 올라탈 가장 완벽한 조건을 가진 국가입니다.
오전 3시15분 세계 축구팬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부르키나파소가 기적을 일으킬까 하는 점일 겁니다. 우리에게 이름도 생소한 이 국가는 아프리카 최종예선 조별리그 E조에서 콩고와 가봉, 니제르 사이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달 12일 1차전 홈경기에서도 알제리를 3대 2로 물리치고 돌풍을 이어갔죠. 두 팀의 2차전 원정경기는 알제리의 북부도시 블리다에서 열립니다. 아프리카는 이 경기를 끝으로 본선 진출 5개국을 모두 확정하게 됩니다.
오전 4시 세계 축구팬의 시선은 아프리카에서 위도를 북쪽으로 돌려 유럽으로 넘어갈 겁니다. 유럽에서도 마지막 4장 남은 본선 진출권을 놓고 벼랑 끝 승부가 벌어집니다. 가장 먼저 킥오프 휘슬이 울리는 곳은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입니다. 루마니아와 그리스의 대결이 벌어지는 곳이죠. 전력으로 볼 때 그리스의 근소한 우세가 예상됩니다. 그리스는 지난 16일 1차전 홈경기에서 루마니아를 3대 1로 물리쳤습니다. 이번 2차전에서 한 골만 넣어도 두 골 정도는 내줄 수 있는 여유로운 상황입니다.
오전 4시15분 지난 9월 서울에서 한국을 2대 1로 격파한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와 강원도 원주시 수준인 30만 명의 인구로 사상 첫 월드컵 본선을 노리는 아이슬란드가 대결합니다. 격전지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입니다. 지난 16일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두 팀이 득점 없이 비겼습니다. 크로아티아가 예상 밖으로 고전했습니다. 2차전을 안방에서 치르는 만큼 이기기만 하면 본선으로 진출할 수 있지만 또 비기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한 골이라도 허용한 상황에서 비기면 본선 진출권은 아이슬란드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오전 4시45분 잔인해도 이렇게 잔인할 수 없습니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레알 마드리드)와 스웨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2·파리 생제르맹) 중 한 명은 반드시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없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축구팬에게는 비극입니다. 월드컵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호날두의 화려한 발기술을 볼 수 없는 상황도,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으로 이브라히모비치를 만날 수 없는 상황도 축구팬에게는 반갑지 않을 겁니다. 지난 16일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포르투갈이 1대 0으로 이겼습니다. 2차전 격전지는 혹한이 몰아치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북부도시 솔나입니다.
오전 5시 프랑스가 과연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실까요. 프랑스는 1994년 미국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본선 진출 실패의 위기에 놓였습니다. 본선 진출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전력을 갖췄지만 불운한 대진 추첨으로 벼랑 끝까지 몰렸죠. 예선 조별리그에서는 월드컵의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과 같은 조에 편성돼 2위로 밀리고 플레이오프에서는 결코 만만하지 않은 우크라이나를 만났습니다. 지난 16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열린 1차전 원정경기에서는 0대 2로 졌습니다. 프랑스 생드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승부를 뒤집으려면 한 골도 허용하지 않고 세 골을 넣어야 합니다. 프랑스 국민들도 이런 기적을 바라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진 않은 듯 합니다. 현지 일간 르파리지앵이 국민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는 탈락을 예상했다고 합니다. 대표팀을 응원겠다는 응답자도 16%에 불과했다는군요. 유럽은 이 경기를 끝으로 본선 진출 13개국을 모두 확정합니다. 프랑스 국민은 유럽 전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호각이 울리는 순간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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