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애환 서린 건축물은 ‘철거’ 외국인 건축가 상징조형물은 ‘건설’

서민애환 서린 건축물은 ‘철거’ 외국인 건축가 상징조형물은 ‘건설’

기사승인 2013-11-27 17:12:00
[쿠키 사회] ‘한쪽에선 부수고 다른 쪽에선 세우고….’

광주시가 시민들의 애환이 서린 옛 건축물은 철거하면서 상징 조형물인 ‘광주 폴리’는 도심 곳곳에 잇따라 건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구동 광주공원 현충탑을 재건립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기존 21m 높이의 현충탑을 무너뜨리고 내년 상반기에 15억원을 들여 31m 높이로 다시 세운다는 것이다. 기존 탑보다 10m 높은 조형물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지반면적도 더 확보하기로 했다.

시는 ‘현충탑이 낡아 웅장한 새 탑을 세워 달라’는 보훈단체의 요청에 따라 재건립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현충탑 재건립과 함께 상무시민공원에는 9억여원을 들여 15m 높이의 독립운동기념탑을 별도로 건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는 현충탑의 재건립 찬반여부에 대한 공청회 등 시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1963년 세워진 뒤 ‘비둘기 공원’으로 불리며 50년간 광주공원을 줄곧 지켜온 현충탑은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시는 앞서 1973년 사직공원에 들어선 팔각정을 철거했다. 시는 팔각정 부지 399㎡부지에 20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전망타워를 건립 중이다. 전망타워에는 전망탑과 문화카페, 전시공간, 옥상정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는 건축전문가 등이 “팔각정의 역사성과 건축학적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고 반발하자 기술적으로 보존이 가능한 우여곡절 끝에 중앙 돌계단과 현판 등은 되살리기로 했다. 팔각정 내부의 소라 모양을 한 독특한 돌계단은 향후 세워질 전망타워 계단으로 활용하고 건물 처마에 달린 현판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반면 시는 2011년부터 옛 광주읍성 터 등에 ‘광주 폴리’를 단계적으로 건립하고 있다. 지난 11일 25억원의 예산을 들인 ‘광주 폴리2’ 8곳을 완공하는 등 삭막한 도심에 예술적 생명력을 가진 100곳의 조형물을 세워 광주 도심 전체를 문화적 공간으로 가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정서에 뿌리 깊이 새겨진 역사적 건축물은 함부로 없애면서 외국 건축가들의 상징 조형물은 사방팔방에 세우는 데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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