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나를 감싸고 있는 밤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 나는 그 어떤 신이든, 그 신께 감사하노라/ 내게 정복당하지 않는 영혼을 주셨음을.’
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티 헨리의 ‘인빅터스(invictus·정복당하지 않는)’의 첫 부분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뜨자 그가 생전 즐겨 읊었던 시와 그를 소재로 한 영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빅터스’는 반역죄로 27년이나 수감생활을 했던 만델라가 즐겨 낭송하고 동료에게 들려주었던 시다.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라는 영화도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기반으로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인 만델라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인권운동가로 노벨평화상 수상자. 영화는 1994년 그가 남아공 최초 흑인대통령으로 선출되던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여전히 인종차별이 팽배해져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는 흑인들에게는 희망의 존재가 되지만, 백인들에게는 껄끄럽기만 한 존재일 뿐이다. 어느 날 그는 자국팀인 ‘스프링복스’와 영국대표팀 간의 럭비경기를 관람하던 중 흑인들이 자국팀이 아닌 상대팀 영국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만큼 자국민의 백인혐오가 강했던 것.
이에 만델라는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는 스포츠를 통해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할 것을 결심한다.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를 초대해 1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해 달라고 제안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던 남아공 럭비 대표팀. 우승은 불가능이라 여겨졌지만 결코 굴하지 않았던 그들은 온 국민에게 기적 같은 경험을 선사하고 이 날의 경기는 흑과 백이 하나 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