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시장 호황 속 불황… 멀티숍 생존경쟁

아웃도어 시장 호황 속 불황… 멀티숍 생존경쟁

기사승인 2014-01-08 09:48:00

[쿠키 생활] 지난 연말 아웃도어 장비업체들이 몰려있는 남대문과 동대문 시장 인근의 ‘장비점 골목’은 대체로 한산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각종 언론매체의 보도와 달리 매장 안은 점원들뿐인 경우가 많았다. 18년간 남대문에서 아웃도어 멀티숍을 운영해온 김남년(42) 유명레저 부장은 “연말엔 매장에 손님들이 북적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 그 수마저도 크게 줄어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한 숨을 쉬었다.

최근 LS 네트웍스의 ‘웍앤톡’, LG패션의 ‘인터스포츠’, 이랜드의 ‘스포블릭’등 국내에 문을 연 대형 아웃도어 멀티숍 업체들이 잇따라 사업을 축소하거나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오래 전부터 동대문과 남대문 등지에서 영업해온 소형 아웃도어 멀티숍들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멀티숍은 두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가지의 브랜드 제품을 구비한 매장으로 단독 브랜드 매장과 달리 소비자들은 여기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고를 수 있고 즉석에서 가격비교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특히 국내 영세 아웃도어 멀티숍들은 불황 속을 헤매고 있다. 이를 두고 멀티숍 매장 한 관계자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이미 대기업 단독 브랜드들이 장악한 지 오래”라며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광고와 마케팅에 현혹된 소비자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남대문 시장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 주말이면 전국의 아웃도어 마니아들이 몰려 각 장비점마다 북새통을 이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이곳에서 아웃도어 상권을 주름잡던 아리랑산맥, 알프스산악, 반도스포츠 등 유명 멀티숍들은 대부분 경영난으로 인해 사라지고 현재는 동양산악과 유명레저만 남았다. 김춘한(54) 동양산악 대표는 “일요일도 쉬지 않고 영업을 해야 겨우 먹고 살 정도”라고 털어놨다.


김남년 유명레저 부장은 그 원인으로 인터넷을 통한 병행수입, 고속도로 나들목과 각 등산로 입구 상권의 발달을 들며 “최근 손님들은 대기업 아웃도어 업체 간판을 보고 매장을 방문한다”며 “매장 인력의 전문화를 통해 손님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 딱히 해결책이 없다”고 전했다.

1호선 종로5가역 인근에 몰려있는 동대문 상권은 그나마 이 보다 좀 나은 편으로 아직까지 10여개의 아웃도어 멀티숍들이 성업 중이다. 그러나 사정은 남대문과 비슷하다. 신정호 솔밭길 팀장은 “아웃도어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고부터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고, 소비취향 또한 원단을 통한 기능성 중심에서 색감과 디자인이 독특한 의류 위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장비점인 종로산악 역시 매출감소로 인한 대책 세우기에 고심이었다. 박현호(52) 종로산악 과장은 “이 동네 99.9%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을 것”이라며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으로 인해 매출이 늘어도 수입은 그대로”라고 토로했다. 박 과장은 또 “인터넷 쇼핑몰의 발달로 가격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바람에 올해에도 특별한 이윤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름 매장 특색을 살린 덕분에 매출이 일정한 곳도 있다. 종로5가 전문등반장비 취급점인 마운틴기어는 고공작업업체와 인명구조 전문업체로부터 입찰을 통해 장비를 납품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고, 익스트림유는 에너지 보충제, 등산용 GPS 등 이색 등산 장비들을 들여와 마니아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김주영 마운틴기어 테크니컬 매니저는 “보통 매장들이 의류매출에 많은 비중을 두는 데 비해 우리는 전문등반장비에 의한 수입에 집중하고 있다”며 “요즘은 특색 있는 매장이 살아남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박현우 익스트림유 대표는 “작은 규모의 멀티숍이라도 경영 철학과 소신이 필요하다”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 다각적인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윤성중 기자 sjy@kukimedia.co.kr
윤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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