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사건사고 80%는 자살·살인·살인미수...노인층 특히 취약

생계형 사건사고 80%는 자살·살인·살인미수...노인층 특히 취약

기사승인 2014-02-03 22:44:01
[쿠키 사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1~2013년 언론에 보도된 생계형 사건·사고 167건을 분석해 3일 ‘복지 사각지대의 생계형 사건·사고 유형과 원인’ 보고서를 냈다. 167건 중 79.7%는 살인·살인미수·자살이고, 그 당사자는 33.5%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늙고 몸이 아프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돈이 무서워 병원도 못 가겠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 가족들에게 짐만 되는 존재로 전락했다. 나는 형편없는 인간이다. 차라리 세상을 등지는 것이 낫겠다.’

보고서에 나타난 ‘생계형 사건·사고’ 노인들의 심리는 이렇게 요약된다. 절망적 상황에 놓인 노인 빈곤층이 극단적인 사건·사고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노인들은 자살하거나 배우자 등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28.1명(2012년 기준)인데 노인 자살률은 배 이상 높다. 60대는 42.4명, 70대 73.1명, 80대 이상 104.5명으로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빈곤 노인이 가족 해체와 고립, 경제적 어려움, 조기 실직과 불안전 고용이란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 건강이 악화되고 사회적 관계가 약화되면서 심리적 문제를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정책적 도움은 충분치 못해 자살이나 살인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생활고에 외로움까지 겪는 독거노인 지원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다. 독거노인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노인돌봄기본서비스’는 전체 독거노인의 14.7%만이 받고 있을 뿐이다.

167건을 분석한 결과 사건·사고의 원인은 생계비 문제(35.9%)가 가장 많았다. 실업 및 사업 실패(22.8%), 돌봄과 간병 부담(21.0%), 의료비 문제(20.4%)가 뒤를 이었다. 생계비 문제는 모든 연령에 걸쳐 나타났으나 실업 및 사업 실패는 18~64세, 돌봄·간병·의료비 문제는 65세 이상에 집중됐다.

보고서는 “빈곤층의 생계형 사건·사고와 노인 문제는 가족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준다는 점이 문제”라며 “가족주의의 멍에에서 벗어나 정부와 지역사회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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