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 금지' 열흘 만에 백기 든 금융당국… 현실 모른 탁상행정으로 혼란만 남아

'TM 금지' 열흘 만에 백기 든 금융당국… 현실 모른 탁상행정으로 혼란만 남아

기사승인 2014-02-04 23:27:00
[쿠키 경제]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수습을 위해 3월 말까지 중단한다던 금융사 전화 영업(텔레마케팅·TM)이 이달 말부터 다시 허용된다. 갑작스런 영업 중단 조치 이후 수 만명의 텔레마케터들의 생계문제 등을 놓고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금융 당국이 열흘 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금융사 영업 실태 등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내놓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으로 논란만 남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4일 보험사들에 대해 TM 영업에 활용하는 고객 정보의 적법성을 자체 점검해 최고경영자(CEO)의 확인서를 오는 7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금융감독원이 확인한 뒤 문제가 없을 경우 빠르면 다음주부터 TM 영업을 재개하도록 하기로 했다.

카드사 등 나머지 금융사의 경우 보안 체크리스트 점검 등을 거쳐 오는 14일까지 확인서를 제출하면 이후 금융당국 점검을 거쳐 이달 말부터 영업을 풀기로 했다. 결국 모든 금융사의 전화를 통한 비대면 영업이 중단 조치 한달여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금융 당국은 애초 지난 24일 TM 영업 전면 중지 조치를 처음 내놓을 때만 해도 강경한 입장이었다. 불법 유출된 개인 정보를 이용한 영업이 지나치게 만연한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최소한 3월 말까지 영업을 중단해야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영업 실적에 따른 성과금이 주 수입인 텔레마케터들의 고용 불안이라는 예상못한 문제가 불거지자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가 수만명의 생계 문제와 영업 실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설익은 조치를 내놨다는 비판 여론은 계속 높아졌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금융사 텔레마케팅 금지가 과도한 측면이 없었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재 진행 중인 금융사 고객정보 관리 실태 점검 결과를 감안해 적극적으로 보완할 방안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이날 금융 당국은 자신들이 발표한 ‘TM 영업 제한 조치(1.24)에 대한 후속조치’를 열흘 만에 뒤집는 굴욕을 경험해야 했다. 불법 유통된 개인정보를 걸러내겠다는 정책 목표가 달성됐는지도 평가가 불가능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실도 제대로 모른채 불안 여론을 낮추자고 대책을 졸속으로 내놓았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안하느니만 못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금감원은 5일부터 부산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 전국 모든 지방은행에 대한 고객정보 관리 실태 현정 점검에 나선다. 모든 지방은행이 동시 특검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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