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법안통과의 주역 마크 김 의원

美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법안통과의 주역 마크 김 의원

기사승인 2014-02-07 20:07:00
[쿠키 지구촌] 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하원 본회의장에는 20여 개의 법안과 결의안이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다. 이들 대부분은 표결에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낮 12시30분쯤 ‘HB11’로 명명된 동해병기 법안을 윌리엄 호웰 의장이 상정하자 사정은 확 달라졌다.

법안을 발의한 티머시 휴고(공화) 의원의 취지 설명을 시작으로 6명의 의원들이 약 30분에 걸쳐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 중 휴고, 마크 김(민주), 로버트 마셜(공화), 잭슨 밀러(공화) 등 4명이 지지 발언을 했고 비비안 왓츠(민주), 조니 조아누(민주) 의원이 반대 발언을 했다.

특히 버지니아주 하원의 유일한 한국계인 마크 김 의원의 ‘웅변’은 감동적이었다. 그는 이 법안의 본질은 교육의 기회와 관련된 문제로 나쁜 선례가 아니라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쟁하는 민주주의의 절차를 거쳤다는 점도 강조했다.

무엇보다 일제 시대를 경험한 올해 87세인 모친의 사례를 들며 처참했던 일제 식민지 시대의 실상을 동료 의원들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했다. 그는 피압박민으로서 한국인들의 경험이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불붙인 흑인 인권운동의 배경과 유사함도 지적했다. 그는 이 법안은 ‘일본해’ 표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표기하는’ 정말 간단한 것이라며 과거사에 붙잡혀 있는 것과 억압을 기억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을 맺었다.

김 의원은 이번 동해법안의 시작부터 이날 ‘결실’까지 전 과정에 혼신의 노력을 쏟은 주역으로 꼽힌다. 한인 1.5세인 그는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딕 더빈 연방 상원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지난해 버지니아주 3선 의원이 된 그는 이번 법안 통과로 더욱 한인 커뮤니티의 주목을 받게 됐다.

공화당 소속인 휴고 의원은 ‘한인들의 친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법안을 구상한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의 피터 김 회장 등이 당초에는 ‘전략적으로’ 접근했으나 뜨거운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한 이가 휴고 의원이었다.

휴고 의원은 법안 통과 후 일본 특파원들의 잇따른 질문에 “바른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하면서도 “일본이 미국의 맹방임을 잘 알고 있고, 일본을 해치려는 의도가 있는 법안은 결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지역구에 많은 한국인 친구들이 있어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마크 김 의원과 휴고 의원이 의회에서 법안을 발의하고 동료 의원 설득을 위해 전방위 노력을 펼쳤다면 잠자는 한인들의 ‘풀뿌리 정치력’을 이끌어낸 이는 피터 김 회장이었다. 그는 당초 ‘실없는 짓’이라는 비웃음을 받으며 동해병기 법안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한인 1.5세로 미군 장교로도 근무한 김 회장은 오랫동안 북버니지아 한인회 일을 맡아왔다.


그는 가장 어려운 순간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처음 교육 관계자를 만나거나 의원을 면담했을 때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동해’ 자체를 몰랐다”면서 이 사람들에게 동해를 알리고 한인들을 운동에 동참하도록 설명·설득하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다른 한인회 관계자는 “김 회장이 상원과 하원 등 의회 처리 절차에서 실패할 때를 대비해 몇 겹의 ‘비상계획’을 마련했더라”며 “이번에 함께 하면서 치밀함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배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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